한국희곡

김학선 '장자의 점'

clint 2018. 4. 17. 15:05

 

 

널리 알려진 장자와 그 아내의 이야기이다. 봉산탈춤과 가면 등 한국 전통연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형식적인 측면에서 2인극 페스티발을 더욱 풍성히 하는 작품이다.

마당에서 노는 듯한 복장을 한 여배우 두 명이 나와서 너스레를 떨며 [장자 닷컴]의 역할과 그 친구가 한량이라는 얘기와, 이 작품이 그동안 어떻게 계획되고 만들어지는 가운데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있었는지 그 사연과 함께, 굼뱅이 연출이 구렁이 담 넘어갔다는 얘기까지 해준다. 이 작품을 보니까 작년 5월에 공연되었던 [디오니소스 2000]을 기억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부제가 장자의 꿈 얘기를 기초로 한 [나비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이 학문적으로 응용 편에 입각해 현학적인 접근을 실험했다면, [장자 닷컴]은 놀이적 기본기에 충실하며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5000년 전의 장자 타령은 우화보다 품질이 업그레이드 된 신화나 설화의 형태로 역사와 학문의 힘에 의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다.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라는 화두와 함께 변강쇠 못잖은 만만치 않은 섹스 심벌로 부각되고, 신과 인간의 경계선상에서 유희를 즐기며, 한편 행복하고 나른한 고민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내려왔다. 장자는 마누라의 사랑과 관심과 애정을 의심해 보고 실험해 본다. 의처증은 역사와 학문과 철학을 떠나 이처럼 오랜 전통을 오늘날까지 고수해오고 있는 것이다. 마누라의 옹녀 같은 바람기를 실험하고 확인하면서 한번 대차게 혼내는 가부장적 계몽주의의 한 편린을 보여주는데 페미니즘 소리만 나오면 이를 갈면서 게거품을 물고 오바 하는 여자들이 봤을 때는, 썩 명랑한 기분으로 보진 못할 것이다. 남녀 불평등 시대의 이야기니까.. 섹스와 사랑에 있어 내숭 별로 안 떠는 여자들도 인상 박박쓰며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온 관객들은 평균 수준이 썰렁 2급이 되는 초상집에 엠티 다녀온 인간들 같아 보인다. 박수치면서 몰입의 Ecstasy를 한번 느껴보라고 배우가 계속 눈치를 보내는 데도 꼭 집에서 매 맞고 울고 나온 얼라들 같은 반응들이다. 울다가 웃으면 똥꼬 주변에 털 난다는 얘기를 지나치게 공포 특급으로 생각하며 무서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궁금하다.

 
 

 

 

[장자의 점]은 이야기 구조가 풍성하고 탄탄하다. 한시간 15분 동안 정성스레 만든 느낌이 드는 많은 소품들이 볼거리로 보여지고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가면 중에서 [실베스타 스타킹]을 연상케 하는 주걱턱은 말 그대로 섹슈얼리티하고 봉긋하며 재상 감이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애기 똥구멍처럼 조그만 입구멍이 한 코메디를 하는데 그 입구멍에 안주 먹여주는 장면은 하이 울트라 옐로우 사이버 콤팩티 씨어터 퍼팩티 슈퍼 캡 숑 개그를 연출하며 보여준다. 근데 도대체 왜 안 웃는 거야? 나 혼자만 신음소리를 내며 낄낄거리고 있잖아! 쪽팔리게끔.. 모두다 초상집에 엠티 가서 포카 치다 홀라당 다 털리고 온 거 아냐? 나의 이 게쉬타포적 직업적인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왜 연극 볼 때 딴 사람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지 모르겠다.

웃기면 웃으면 되고 울리면 울면 되는 것 아닌가? 본능이 알아서 시키는 대로 말이다. [장자의 점]은 꼬마부터 노땅까지 아주 편하게 즐기며 볼 수 있는 연극이다. 평소 점이 많아 고민하는 점순이 점돌이들, 그리고 점으로 벌어먹고 사는 점쟁이들 연수용 으로 권하고 싶은 연극이다. 점으로 요술을 부리니까..

 

하나 더 있다. 온몸에 점에 점을 이어서 뭔가 강함을 보여주려는 점박이 조직의 얼라들도 몽땅 가서 봐야 한다. 왜냐? 점의 본질과 기능과 오묘한 힘을 얘기하면서 희망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올바른 점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한량의 샘플이라는 장자의 철학적 의식세계의 사유를 통해 억압이 없는 말랑말랑한 상상력과 자유로운 꿈의 세계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돈 몇 푼 안 들이고 장자의 제자가 되어 사랑과 인생에 대해 한 수 배워 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장자의 점]은 기본적으로 야하다. 장자의 마누라가 다딤이 방망이를 쓰다듬으며 섹스에 굶주린 모습을 한풀이로 보여주는 장면, 장자의 제자들을 장자의 마누라가 꼬시는 장면, 나중에 음탕 사운드의 마누라를 장자가 구렁이로 두들겨 패는 씬은 한 Sadism과 한 Masochism을 보여준다

 

 

 

    김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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