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근형 '선착장에서'

clint 2016. 5. 2. 08:00

 

 

 

줄거리

울릉도....... 날씨 때문에 뭍에서 배가 안 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어가자 섬 안은 물자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고 원활히 돌아가질 않자 마을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신경이 날카롭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섬 처녀 한명이 뭍에다 묻어 달라는 유서만을 남긴 채 자살하게 된다. 시체 처리를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 의견은 분분해지고, 비바람은 더욱더 거세게 몰아 친다. 섬의 독일 병정임을 자처하는 규회는 비바람을 뚫고 어떻게 해서든 뭍으로 가려하고,이를 말리는 마을 사람들과 충돌이 빚어지면서 섬 안에 존재했던 비밀들이 하나씩 폭로되는데.....

 

 

 

 

박근형의 작품 선착장에서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울릉도 사람들의 일상 속에 던져진 사건들을 그만의 독득한 스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며칠 째 거센 바람으로 외톨이가 된 울릉도. 그 위를 위태하게 술에 취한 규회가 걷고 있다. 가야 할 곳을 알지만 몸과 마음이 원치 않는 곳으로만 향하는 규회는 우연히 덕현을 만난다. 울릉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듯한 규회가 덕현에게 길을 묻자 덕현은 그의 행동을 술주정으로만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규회는 결국 총에 맞아 죽는 영화 속 독일군을 자신의 신세와 비교하며 다시 홀로 길을 떠난다.
한편 다방에서는 울릉도의 유명인 엄사장과 향숙이 정사를 벌이고 있다. 다방의 다른 한쪽에서는 김사장과 황마담이 날씨 때문에 꽁꽁 묶인 울릉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후 엄사장과 향숙이 이야기에 합세한다. 엄사장은 조합일로 골치를 썩고 있다 말하고, 임신으로 오늘내일하며 아이를 기다리는 황마담과 김사장은 매상이 줄어 걱정이다. 이렇게 울릉도 걱정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개인의 걱정거리를 나누는 것으로, 그리고 관광버스기사 영필의 차 인수 인계에 이르는, 남을 걱정해주는 것으로까지 이동한다. 그때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다방 밖으로 보이는 술취한 규회이다. 몇 달 간 성실하게 오징어배를 타다가 최근들어 매일 술에 빠져사는 모습을 봐왔던 사람들은 규회가 술을 마시는 이유로 그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고 그 때문에 패륜아가 되었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이고 사람들은 죽은 규회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이 바뀔 따름이다.

 

 

 


봉고차 안에서는 성효의 관광안내멘트가 한창이다. 영필에게서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입심이 딸리는 성효는 구박을 받으며 인수인계를 받고 있고, 반면 입심 구수한 영필은 성효가 멘트를 하다 틀리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은근히 위세를 떨고 있다. 거센바람의 영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하는 이들은 상규의 집에서 초상이 난 것을 발견한다. 상규의 집에는 김순경이 출동하여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상규의 집으로 들어온 영필과 성효 앞에는 맹숙의 시체가 있고 시체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맹숙의 자살 앞에 상규와 규회모의 반응이 매우 다르다. 상규는 맹숙의 죽음에 잘 됐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고 규회모는 사는 것이 바빴고 그 때문에 맹숙에게서 그간 특별한 것도 못느꼈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한탄하고 있다. 맹숙은 유서를 남겼는데, 전주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내용이다. 이 유서대로 규회모는 모자라 아무것도 마음대로 해보지 못한 맹숙의 소원을 들어주려하고 잘 죽어버렸다며 맹숙을 화장해서 바다에 뿌리겠다고 말하는 상규는 시체를 앞에두고 싸우고만 있다. 상규는 책임을 회피하며 박씨에게 처리를 맡기고 밖으로 나가려하는데 박씨가 급하게 맹숙이가 홀몸이 아니라고 외친다. 다방에서 여전히 발을 못떼고 있는 엄사장과 경사이기를 포기한 듯한 김사장은 라디오만 틀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김사장에게 송전탑이 쓰러지고, 기름탱크가 무너져 유실되고, 쓰러진 송전탑에 아이가 깔렸다는 등의 무전이 온다. 맹숙의 일과 더불어 울릉도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체 계속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사장은 천하태평이고 엄사장은 울릉도의 일들에 연신 '말세'를 외치며 맹숙이가 가진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 것인가 고민에 빠져있다. 때마침 다방을 지나가는 규회를 보고 영필은 규회가 사촌 동생 맹숙의 발인인데도 불구하고 술을 먹고 있다며 욕을 한다. 분위기는 맹숙의 발인이므로 상규의 집에 가야한다고 흐르게 되는데 엄사장은 절대 못가겠다며 열을 올린다. 이유인 즉 상규가 돈이 많을 때 자신에게 섭섭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 상규편을 드는 황마담에게 엄사장은 서럽다며 다시는 다방에 오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화를 낸다. 사람들은 이런 엄사장을 어르고 달래느라 입에 바른 소리를 해대고 엄사장은 간신히 진정된다. 그때 규회가 술에 취해 엄사장의 부동산과 영필의 봉고차를 망가트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다방 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집으로 돌아간 규회는 규회모와 숙모에게 맹숙의 죽음을 탓한다. 맹숙에게는 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그래서 사내들에게 정을 주었던 거라고 이야기한다. 규회는 맹숙이 성병에 걸리자 더 외로워졌고 그런 삶보다 죽음이 낫다고 생각하여 맹숙에게 약을 주었음을 고백한다. 규회모와 상규, 그리고 숙모 모두 경악하고 규회를 탓하기 시작하는데 규회는 이야기한다. 맹숙의 죽음은 모두가 일조한 것이라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박씨가 맹숙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옮기려하자 규회는 맹숙은 묻어야만 한다며 장례를 막는다. 규회가 맹숙을 죽인 것이라는 소문은 흘러흘러 다방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진다. 맹숙을 죽인 규회가 시신이 부폐하는데도 불구하고 맹숙을 한사코 전주로 보내야한다며 배뜨기를 기다리자 사람들은 도망가기 전에 규회를 잡아야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그에 박씨가 규회가 말하기를 '맹숙이 죽게된 것에는 모두가 일조하였다' 했다 전하자 사람들은 서로 자신 때문은 아니라고 말하기에 급급해진다. 그러다 규회를 우선적으로 잡아야한다는데 다시금 의견이 모아지고 병력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사람들과 규회가 만나게 된 곳은 선착장이다. 그 곳에서 규회는 칼을 들고 협박하며 빨리 배를 띄울 것을 강요한다. 여전히 세찬 바람이 부는 울릉도에는 배를 띄울 방법이 없고, 사람들은 규회를 진정시키려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무성의함에 규회는 뭍 사람들에게만 매달려 살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하는 울릉도 사람들을 한심하게 이야기한다. 늘 선착장에 고개만 내밀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규회는 자급자족의 이야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자리의 어느 누구의 마음도 흔들지못한다. 오히려 엄사장의 화를 사 죽은 맹숙의 치욕을 들은 규회는 칼로 그를 찌른다. 얼마 후 조합장이 된 엄사장을 비롯한 몇몇이 다방에 모인다. 관광객이 몰려든 섬에 영필은 보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고 있고 황마담은 한층 더 신분이 상승된 엄사장 옆에서 아양떨기에 바쁘다. 그 와중에 엄사장은 울릉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착장을 넓혀야한다고 당연한 듯 내뱉고 있고 결국은 독일군마냥 죽은 규회의 시신을 찾아서 화장한 주민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한편 관광하러 왔다가 실족해 죽은 관광객들을 그저 흘려넘기는 다방 안 사람들은 여유를 부리며 생전 닫지 않는 셔터문을 닫고 마치 관광객이라도 된 듯 식사를 하러 유유히 나간다.

 

 

 

 


작품의 배경은 며칠째 계속된 폭풍우로 일주일째 고립된 울릉도. 현실에서 울릉도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공간이지만, 작품에서는 극악한 부조리가 은폐되는 공간이다. 섬 사내들에게 희롱당하던 명숙이 죽자, 사람들은 급하게 화장을 하려 한다. 규회는 이를 말리다가 오히려 누명을 뒤집어 쓴다. 이 작품은 일상의 사소함에 묻혀있던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친 욕설과 폭력 속에 오랫동안 사라졌던 연극의 사회적 발언을 토해낸다.<청춘예찬>등의 작품을 통해 이류인생 혹은 소시민의 일상을 무대에 옮겨온 박근형은 흥분하지 않으며, 무감각함에 뿌리를 둔 엉뚱한 유머를 빚어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강백 '죽기살기'  (1) 2016.05.02
박근형 '너무 놀라지 마라'  (1) 2016.05.02
이시원 '시계가 머물렀던 자리'  (1) 2016.05.01
정복근 '표류하는 너를 위하여'  (1) 2016.05.01
이선희 '종일본가'  (1) 201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