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시원 '시계가 머물렀던 자리'

clint 2016. 5. 1. 21:04

 

 

 

 

 지방 소도시 구시가지에 있는 해금당은 오래전 문을 닫은 시계방이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시계방을 지키던 누나(소현)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고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 누나는 8년 전 집을 떠난 동생(은수)에게 연락을 하고, 동생은 누나와 함께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려고 8년 만에 집을 찾아온다.
    눈 내리는 겨울 밤, 누나와 동생은 오래되어 낡고 힘이 없는 석유난로를 사이에 두고 오래전 문을 닫은 아버지의 시계방을 정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지배하고 있던 낡은 시계들과 기억을 잃어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을 정리한다.

 

 

잔잔한 아픔이 있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공연의 길이는 50분. 작품은 한 남매의 하루를 그린다. 누나와 동생은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다. 다름 아닌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 상처 때문에 동생을 결국 8년 전 집을 떠났다. 누나는 자신의 고통과 좌절감을 마음 깊은 곳에 감춘다. 치매에 걸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혼자 돌보는 사람도 바로 그녀다.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 누나는 집 나간 동생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몸을 씻겨 드리라고 얘기한다. 동생은 대화 도중 우연히 누나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알게 된다. 극의 흐름은 매우 잔잔하다. 누나가 자신의 고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버지, 그리고 동생을 보듬는 상황은 극적이다. 작품에는 웃음과 따뜻함을 안겨주는 장면이 오히려 많다.

 

 

 

작가 의도 - 이시원

처음에는 이 작품을 통해 남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고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되자 시간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텅 빈 현재를 두고 과거와 미래가 위태롭게 마주보는 작품이 되는가 싶더니, 인물들과 시간이 서로 손을 마주잡기 시작했고 등을 맞대기도 했습니다. 사건과 목적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걸 써 보겠다는 제 고집 때문에 자주 길을 잃는 집필 과정이었지만 그 때마다 멘토 선생님께서 저의 색깔을 존중해 주시며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이강백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작가프로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및 건국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2010 서울 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2009 극단 작은 신화 여덟 번째 우리 연극만들기 선정

2005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수상

공연희곡

<냉동인간><자라의 호흡법>,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로드킬스><변신>, <녹차정원><데이트>

 

 

 

 

격려의 글 - 이강백 멘토

이시원의 <시계가 머물렀던 자리>5번을 완전히 고쳐 쓴 작품이다. 다시 한 번 강조 하지만 부분 부분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고쳐 쓰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멘토인 내가 멘티 이시원에게 정신적 폭력을 휘두르거나 일방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작가의 장점과 단점을 잘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시계가 머물렀던 자리>의 최종본은 이시원의 장점이 돋보이면서 또한 약점이 가장 드러나 있기도 하다. 강점이란 미메세스적 미장센이다. 모든 사건은 이미 끝나있다. 그 여백에 이시원은 이주 미묘하면서도 세밀한 정서를 남긴다. 단점은 극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멘토로서 나는 이러한 장점과 단점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정서가 흩어질 것 같은 그러한 균형 말이다이번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멘토가 훌륭해서 의미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 작품을 쓰면서 동행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홀로 걷는 길과 둘이 걷는 길은 같은 길일 수 없다 나는 이러한 프그램을 통해서 한국 희곡이 한 단계 높이지리라 확신한다. 다만 보완할 점이 있다면 멘토들과 멘티들이 다 함께 하는 자리가 더 있으면 좋겠다. 허심탄회하게,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각자의 특성이 있는 대화의 자리를 기대한다. 이시원과는 또 다른 작품을 쓰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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