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체호프 갈매기 김은성 재창작 '뻘'

clint 2015. 11. 1. 11:09

 

 

 

 

 

 

1981년, 광주에서 대학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던 운창은 선배 기타리스트 정석과 함께 고향인 벌교의 갯벌마을로 내려온다. 5월 광주를 경험한 운창은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며 실험적인 작곡에 몰두한다.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역전식당 딸 홍자가 보컬로 합류하면서 3인조 록밴드 블랙시갈이 탄생한다. 한편 운창의 어머니인 유명 여가수 동백은 당대 최고의 히트가요 제조기인 작곡가 갤럭시 박과 함께 벌교로 은둔여행을 온다. 운창은 어머니에게 시대성 강한 가사의 록음악을 선보이지만 조롱과 무관심을 받고 분노한다.
갤럭시 박은 여성보컬 홍자에게 댄스가수의 재능이 있음을 알아보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운창은 연인이자 안식처인 홍자가 갤럭시 박의 음악세계에 경도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괴로워한다.

 

 

 

안톤 체홉의<갈매기>를 모티브로 1981년 전라남도 별교를 무대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뻘>은 김은성 특유의 살아 있는 캐릭터들과 감칠맛 나는 대사들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극 중 내내 등장하는 1980년대 음악과 배우들의 노래가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광주에서 대학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던 운창은 광주 사태를 겪은 후 선배 기타리스트 정석과 함께 고향인 벌교로 내려와 실험적인 음악의 작곡에 몰두한다. 역전식당 딸 홍자가 보컬로 이들에 합류하면서 록밴드가 탄생한다. 같은 시기에 운창의 어머니인 유명 여가수 송동백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 갤럭시 박과 함께 벌교로 은둔여행을 온다. 운창은 어머니에게 시대성 강한 가사의 록음악을 선보이지만 시큰둥한 반응 속에 분노한다. 그 사이 홍자는 갤럭시 박과 가까워진다."

 

 

 

연극은 송동백의 어머니로 치매에 걸린 막이 할머니가 "죽었구나, 죽었구나 모다 다 죽었구나. 모다 다 죽어갖고 상여 들 놈 한 놈 없네.…"로 시작되는 넋두리 노래를 하고, 무대 뒤로는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이 비치는 장면으로 열린다. 아픈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많이 있지만 관객들을 마냥 비애감 속으로 몰아넣지는 않는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것과 같은 걸쭉한 토속 전라도 사투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투리 억양에는 감칠맛이 있다. 특히 억센 사투리의 욕지거리는 웃음을 자극한다. 문학성이 있는 대사, 리듬을 타는 대사를 음미하는 것도 관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칠게 길게 농게 엽낭게 눈콩게 털보긴눈집게도 자고/방게도 자고 갈게도 자고 범게도 자고 말동게도 자고/민꽃게도 자고 긴발가락집게도 자고 자장 자장 우리 아가"
무대가 갯벌 마을이니만큼 뻘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대사에 많이 넣은 것이 운치가 있다. 극 속에 작곡가와 가수가 등장하기 때문에 1980년대 노래와 배경음악이 많이 나오는 것도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다.

 

 

 

꼬막의 고장인 벌교가 무대여서 꼬막을 맛보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삽입됐다. 또 꼬막의 맛을 변화에 대한 욕구와 연결해 은유적으로 어부 조활식의 대사로 표현한 것도 귀에 들어온다.
"느그들, 벌교라고 들어봤지야? 그려, 꼬막/요새 벌교 꼬막이 영 맛이 없단다/요 몇 년 태풍이 없어서 그란단다/태풍이 와야 요 뻘이 시원허게 뒤집히는디/태풍이 없응께 요 뻘이 골아분 거시여/골아갖고 썩은 뻘을 한번 확 뒤집어 갈아엎어야 되는디/태풍이 안오는 거시여. 태풍이."
특별히 부각되는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없이 출연 배우들 각자가, 또 전체적으로 모두 조화로운 연기를 펼친다.
벌교 갯벌에 흔히 있는 갈대밭을 넓게 형상화해 놓은 무대디자인도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