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낚시터 전쟁'

clint 2016. 10. 15. 21:59

 

 

 

낚시터는 대어를 낚아 환호성을 지르는 일 외에는 고기 낚기를 기다리는 조용한 공간이다. 그래서 한창 바쁘게 일하는 30대 은행원 ‘가제복’에게 낚시는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에 난데없이 유난히도 젊은 척하며 시끌벅적한 늙은이 ‘김사용’이 등장한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가 너무도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되고 서서히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날벼락처럼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이 점층적으로 전개되는 완결된 구조를 갖춘 작품이 아니라 두 인물이 만나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다방 레지, 팔 부러진 남자, 운동선수, 등산복 사내, 길 찾는 아이, 형사, 할머니, 불륜 남녀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지니고 등장해 낚시터의 한 풍경을 그려낸다. 등장인물들이 낚시 의자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떡밥을 만들어 끼우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은 사실주의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여 명의 지나가는 행인들은 작위적인 설정이며 이들의 모습은 코믹하고 과장되게 연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연은 단지 사람들을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생활 능력은 지녔지만, 가제복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김사용은 철없는 아들 때문에 평생 짐 하나를 더 지고 살아가는 듯 일상에 지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제복은 대표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생활을 침해당하기 싫어하고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으며 김사용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기 싫어하고 가족을 돌보는 듯하면서도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김사용은 지나치게 젊은 척하며 너스레를 떨며 남 일에 참견을 많이 하는 인물이다. 이는 자신이 늙어가는 것, 점차 쓸모없는 이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두 인물은 공통적으로 삶에 대해 서글픈 정서를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이 공유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만남’이 ‘충돌’로 변하고 잠재되어 있던 분노의 정서가 드러난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이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 한다.

 

 

 


가제복과 김사용 간의 갈등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서로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갈등 역시 엿볼 수 있다. 근대적인 주체의식의 강화는 또 한편으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무관심하다가 자신마저 고립되어 절망하는 정서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만나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승자의 위치에 서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그래서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거기서 폭력이 발생하며 결국 파괴적인 관계만이 남게 된다.
<낚시터전쟁>은 낚시터 라는 특수한 공간을 설정했지만,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일상이 담겨 있으며 관객들 개개인은 자신의 행위가 복원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 공간을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사유할 수 있다.
그런데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위성신 연출은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관객들도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의 성공 여부는 다분히 사실주의적인 작품 속에 배우들이 섬세하고도 지극히 연극적인 행위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주고받는 대사가 있는 희곡의 행간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낚시터의 풍경이 연출되어야 할 것이다.

 

 

 

 

저수지 낚시터를 배경으로 한 이 극은 30대의 은행원 김활용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낚시터를 찾고 60대의 노인 이방도가 노인에게는 걸맞지 않은 빨간 T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끊임없이 김활용의 심기를 건드린다.조용해야 할 낚시터에서 이방도의 의도적인 산만한 행동에 참다못한 김활용은 싸움을 벌이게 된다.그리고 그 결과 이방도는 다리를 다치고,김활용은 이방도에 손가락에 눈을 찔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되어 김활용이 이방도를 업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극이 끝난다.과장이 큰듯한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대화에서 우리가 평소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해 있고 가족과 그 외의 모든 것에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