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의도 - 홍석진
자크 라킹에 따르면,'욕망은 환유이다. 대상은 신기루처럼 잡는 순간 저만큼 물러난다. 대상은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기에 인간은 대상을 향해 가고 또 간다.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이다 욕망은 기표이다 그것은 완벽한 기의를 갖지 못하고 끝없이 의미를 지연시키는 텅 빈 연쇄 고리이다. 그렇다면 기표의 특성이 은유와 환유이듯 욕망의 구조도 은유와 환유가 아닌가. 욕망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주체는 대상에게 욕망을 느낀다. 그것이 자신의 결핍을 완전히 채워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만 얻으면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 대상을 얻어도 욕망은 여전히 남는다.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는 것은 곧 죽음이다’ 살인은 인간이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행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살인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과 제도 윤리 개념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살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달립니다. 그리고 그가 도달한 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요 이 작품은 살인자의 내면 풍경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해보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작가 프로필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과정 졸업(MFA)
2002년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7년 옥랑희곡상 신화설화부분 수상
2이2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 수상
공연 회곡 <두더지들>, <환장지경>, <어느 날 우리는 갑자기> 외
멘토의 글 - 고연옥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날, 밖에서 모임 중이었던 나는 홍석진 작가로부터 초고를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서둘러 일어나진 않았지만, 맑은 정신으로 집에 가야한다고 결정했다. 새벽 두시에 대본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폭 빠져들어서 단번에 읽었다. 마음 같아선 둘이서 축배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시놉시스조차 나오지 않았고, 주제의식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책임하게도!)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만에도 쏟 수 있다'는 식의 공허한 용기를 주는 것뿐이었다. 실제로 그런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물 하나를 파기 위해선 수많은 구멍을 뚫어야 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찾기 위해선 몇 번이나 길 아닌 곳에서 헤매보아야 한다. 그리고 백 마디의 말을 하기 위해 수천마디의 말을 지워야 한다. 진짜 일주일 만에 나왔다면 그만큼 길고 지루한 숙성의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다. 한 사람의 작가에게 초고가 탄생했을 때의 감격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사실 그건 세상 어떤 것하고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만족도 아니고 끔찍한 고통 끝의 안식도 아니다. 굳이 비유한다면 밑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드디어 두 다리로 선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깊은 밤, 난 그렇게 혼자서 홍석진 작가의 초고 완성을 맘껏 기뻐했다. 물론 그 이유는 단지 초고가 탄생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넉 달 남짓 만나는 동안 내 어두운 눈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작가로서의 내공과 깊이,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를 직조하고 완성해가는 재능을 그제야 알았다는 홍분이었다. 작가는 대부분 경계에 선 사람들이다. 선과 악, 욕망과 광기, 자유와 구속, 그 좁은 틈 속에서 자신의 땅을 일구며, 무언가를 심고 거두려고 애쓴다. 사실 그것은 상처와 분노로도 자라고> 욕심, 시기와 질투, 망상으로도 자란다. 내가 홍석진 작가에게서 발견한 미덕은 경계의 불안함속에서도 자신에게서 비롯된 씨앗을 소중히 여기며,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좋은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너무 순진하다, 유치하다, 진부하다, 왜 그렇게 착하냐고도 했다
<살인풍경>은 자칫 통속적이며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지만, 뻔한 살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내면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설적으로 인간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말해주길 기대했던 나의 바램(?)을 짓밟아 놓았지만, 한 사람의 작가가 전하는 인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동안 미운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섭섭하고 허전하다. 부디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영토를 넓혀가는 소중한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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