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명진 '리허설'

clint 2016. 5. 4. 07:28

 

 

 

동국대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85년졸) 출신 작가 박명진의 작품으로 월간문학 제85회 희곡부문 신인상 당선작이다.

 

리허설TV드라마 작가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서 이념과 사실의 80년대와 이미지의 90년대를 대비시켜 허상을 좇다 결국에는 몰락해 버리는 현대 지식인의 허무주의적 삶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TV드라마 작가 독고민은 방송국 부장의 차기 작품 방향과 대본 독촉으로 초조하다. 작품에 좀 더 자신의 의도대로 가고자 설명하나 송 부장은 시청률을 구실로 신파극 같은 멜로로 가야한다고 강요한다... 작가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변기가 막혀 부른 수리공 변봉식이 오고 호탕하고 언변이 좋은 변봉식이 자신이 쓴 작품을 TV에서 봤다고 하며 둘의 사이는 가까워지고 술판이 벌어지는데 미모의 신인 배우 설다혜가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변봉식은 다혜를 보고 놀라고 독고민은 이참에 작품을 실제적으로 실연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대본을 주고 리허설을 해보자 제안하여 극중 드라마 리허설이 펼쳐진다...

 

 

 

 

 

좀더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것을 생산하려고 발버둥치 는 방속작가가 자신이 창조한 냉혈 영웅에게 살해당한다는 내용의 박명진 희곡작품이다
인기를 꿈꾸는 방송극 작가 독고민이 쾌락적 본능을 제재로 해서 시청자의 인기에 영합하려다가 실패하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오피스텔을 찾아온 변기 수리공 변봉식과 신인 여배우 설다혜를 등장시켜 자신의 작품을 구상해 나간다. 먼저 1단계는 독고민 혼자의 몽상이다가 2단계는 변봉식이 참여한 몽상, 3단계는 변봉식과 설다혜가 참여한 몽상으로 변용시켜 나간다. 1단계에서는 영웅이 한 여자에게 구애하는 내용이다가, 2단계에서는 영웅에게 성적 매력이 빠진 투철한 신념과 용기가 투여된다. 3단계는 영웅이 한 가녀린 여인 앞에서 아주 평범하고 양순한 남자로 되어 있다.
남자: 그건 꿈이야. 헛된 개꿈이라구.
여자: 당신이나 개꿈 꾸지 마. 그렇게 피똥 싸게 고생해 봤자 남는 게 뭐야. 노동은 신성하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남자: 자꾸 도망치려구 하지 마. 왜 자꾸만 허깨비만 좇아가려구 하는 거야? 니가 영화 속에서 멋지게 나온다구 해서 변하는 건 하나두 없어.
여자: 예술을 모욕하지 마!
남자: 넌 니 몸뚱아리를 팔아서 환상을 잡으려구 할 뿐야.
여자: 아이구. 이젠 아주 선생님이 다 되셨군. 하긴, 세상을 바꾸려구 싸우시는 분이니까. 훗후후.
박명진,[리허설]에서
한 시대의 영웅 위치에 있는 남자가 예술적으로 출세하고 싶은 여인 앞에서 구애를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극중의 극은 어딘가 미진한 점이 많이 있다. 첫째, '불의와 맞서는 투사'·'성 에너지의 총체'로서의 영웅이 뭔가 허영에 들떠 있는 여인 앞에서 나약해진다는 점이 신파조인 듯한 인상이 짙고 리얼리티도 없다. 둘째, 시청자에게 자극적인 쾌락으로 다가서려는 독고민의 싸이코적인 면에 실망한 극중의 '남자'(변봉식)가 작품 밖으로 튀어 나와서 독고민을 살해하는 것 역시 필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단지 독고민의 구상을 리허설로 꾸며 본 것에 불과한데, 이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변봉식이 독고민을 살해할 만큼 극중의 작품이 긴장감이 감돌지는 않는다. 이렇게 볼 때 극중의 극은 어딘가 미진한 점이 많이 있다. 물론 작가가 극중의 극에서 전개되는 독고민의 구상이 불합리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극 속의 내용을 단순하게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다. 가령 극중의 극을 개인의 무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설정함은 매우 좋은 착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극중의 극이 극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자극적인 쾌감을 요구하는 시청자의 요구에만 매달려 있는 독고민의 구상 역시 극중의 극에서 극적으로 형상화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실 개혁을 지향하는 영웅이 허영에 들떠 있는 여자 앞에서 가녀린 모습을 보이는 대목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곧 독고민이 구상한 남자와 여자의 성격과 심리가 제대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다. 곧 서두에서 말한 심리적 요소가 제대로 배합이 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다.
현대 문학에서 성 담론은 매우 다양한 시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억압과 금기를 통해 성 문제를 매춘이나 병과 관련된 편협한 시각에서 다루던 과거의 담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제 성 담론은 긍정과 부정을 포함한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본질에의 접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다양한 시각 가운데 어떤 것을 취해야 할 것인가는 작가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다. 성에 관련된 콤플렉스만 보더라도 어린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성 문제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 육체적인 본능만을 추구하는 마찰 콤플렉스, 성을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는 몽상 콤플렉스, 성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꾀하려는 재생 콤플렉스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명진의 [리허설]에 나오는 독고민의 구상이 뭔가 짜임새가 없어 보이는 것은 독고민의 구상이 마찰 콤플렉스 중심의 섹슈얼리티를 의도하고 있으나 극중의 극에 나오는 '남자'는 허영에 들뜬 애인을 설득하려는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에 치우쳐 있어 제대로 형상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정상의 남자라면 여러 콤플렉스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으나,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어느 한 요소에 치우쳐 있다. 독고민의 구상이 단조롭고 신파조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콤플렉스의 단선적인 면 때문이다. 앞으로 작가가 대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러 심리적 요소들을 작중 인물 속에 적절히 배열하여 전개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석진 '살인풍경'  (1) 2016.05.06
신은수 '거울속의 은하수'  (1) 2016.05.05
김태수 '이구아나'  (1) 2016.05.03
백승규 '빠담 빠담 빠담'  (1) 2016.05.03
박구홍 '먼훗날의 동화'  (1) 201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