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백승규 '빠담 빠담 빠담'

clint 2016. 5. 3. 19:14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뜨 삐아프의 삶과 사랑을 다룬 <빠담빠담빠담>은 40년 대 노래 하나로 온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에디뜨 삐아프의 열정적인 노래 인생 스토리를 리메이크하여 올리는 현대극장의 야심작이다.

에디뜨 삐아프, 그녀의 삶은 드라마다.
파리의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캬바레를 배경으로 샹송의 여왕 에디뜨 삐아프의 드라마틱한 삶을 쇼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빛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던 무대 위의 삐아프와 평생 고독 속에서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매던 무대 위의 삐아프의 삶을 통해 두려움 없는 사랑,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열정, 노래를 향한 순수한 헌신 등 진솔한 가치를 작품 구석구석에 담아내고 있다. 에디뜨 삐아프는 실존 인물로서 파리의 빈민 구역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루이 르플레에게 발견되어 데뷔하여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였다. 그 뒤 온몸으로 혼을 담아 노래 불러 <사랑의 찬가>,<빠담빠담빠담>과 같은 수많은 애창곡을 남겼으며, 샹송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때 무명이었던 이브 몽탕을 사랑해 그가 인기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였으며, 각계 유명 인사와 수많은 염문을 뿌려 ‘노래와 사랑에 산 여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자동차사고, 마약중독, 이혼 등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47세의 일기로 숨졌다

 

 

 

<빠담 빠담 빠담>은 그 제목과 소재가 불란서에서 온 까닭에 많은 사람이 번역극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창작극이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콜레버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캐스팅에 있어서 배우와 실재인물(꼭도, 슈발리에, 몽땅 등)의 외모도 중요시했지만 일단 캐스팅이 끝난 다음에는 연기자의 능력과 특기를 다분히 텍스트 어레인지에 의해 가필했던 덕분에 연극은 훨씬 생동감과 재미를 얻게 되었다. <빠담 빠담 빠담>의 실험은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순수연극을 보는 관객과 쇼를 보는 관객이 다른 것으로 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레뷰(Reveu) 같은 형식의 무대물이 없다시피한 우리나라의 형편에서 볼 때 연극과 레뷰의 접합은 기술적으로 쉽지도 않을 뿐더러 관객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노래와 춤을 드라마에 가미한다는 것은 이것들의 단순한 삽입은 아니다. (김의경, 1982년 공연 프로그램)

 

 

 

 

에디뜨 삐아프의<사랑의 찬가(Hymme A L'Amour)>,<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난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외 이브 몽땅의<세시봉(C'est Si Bon)>,<고엽(Les Feuilles Mortes)>등 40-50년 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주옥같은 샹송 25곡이 사용됐다. 이 곡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샹송 최고의 명곡(名曲)으로서, 클래식(Classic)이 되었다. 특히,<사랑의 찬가>와<장밋빛 인생>은 50년대 전후(戰後) 당시 국내 LP의 출현과 때를 맞춰 봇물을 타고 들어와 유행하여, 공허(空虛)한 젊은이의 가슴들을 위로해 주었다. 이제는 중년층(中年層)이 된 이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낭만적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며, 샹송을 모르는 세대라고 달콤하고 멋들어진 음악에 금새 익숙해져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면서 귓가에 맴도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제1막 서막 / 파리의 묘지 안개가 스산히 가라앉은 에디뜨 삐아프와 마지막 남편 떼오가 묻혀 있는 묘지, 에디뜨가 죽은 지 10년, 전남편 레이몽과 그녀를 따스히 보살펴 주던 마르그리뜨 그리고 다시 거리의 걸인이 된 폴이 한아름의 꽃을 들고 무덤 앞에 헌화한다. 폴 : “당신이 떠난지도 벌써 10년이 되었군. 난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어, 오늘은 재수좋게 연어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어. 당신의 10주기여서 그런가봐. 역시 당신은 나의 여신이야. 죽어서까지 먹여살리니까 말야.” 1장 몽마르뜨 언덕 코 속이 얼어 붙도록 추운 몽마르뜨 언덕 에디뜨는 행인 없는 거리에서 두목에게 상납하기 위해 추위에 떨며 몸부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에디뜨 : “나의 보금자리는 파리 얼어붙은 불행의 연속. 내 이름은 참새라네 에디뜨 조반나 갓시용” 그때 우연히 지나던 쟈니스 카바레 주인 루이 르프레가 에디뜨를 발견한다. 르프레 : “내가 당신의 노래를 지도해주지 잘 닦기만 하면 아마 다이아몬드가 될 거야.” 2장 쟈니스 카바레 마르그리뜨가 에디뜨에게 발성연습을 시키고 있다. 에디뜨 : “아주 어렸을 때 전 눈이 먼 적이 있었죠. 그때 숲속에서 나는 온갖소리가 귓속에 들렸죠. 난 그 소리를 가슴속으로 따라 불러 봤어요.” 장 꼭또 : “삐아프양 당신은 천재요. 내가 당신을 돕겠소.” 3장 에디뜨의 작은 다락방 장 꼭또, 모리스 슈발리에, 레이몽이 그녀가 레코드로 취입할 ‘빠담 빠담 빠담’을 듣는다. 에디뜨 : “인생이란 그저 그런 것 슬픔도 기쁨도 아닌… 차라리 서로의 가슴을 더 가까이 맞대면 맥박이 뛰는군요. 빠담 빠담 빠담 마치 두 마리 토끼처럼 빠담 빠담 빠담…” 4장 다섯 달 뒤 초여름밤 레이몽 : “왜 파티에 나오지 않았죠? 당신이 없는 파티는 무의미한 난장판인 까닭에 빠져나오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에디뜨 : “이건 내 운명이 아닌가봐요. 나는 외롭고 슬프고 뼈저려야 하는건데 … 지금 나는 다른 여자의 운명에 끼어 들었나봐요.” 레이몽 : “당신의 영혼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들은 모두 하늘에서 온 거예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것들이지요. 에디뜨 당신에게 모자라는 건 자신감이예요. 자신을 가져요.” 5장 에디뜨의 방 르프레가 그의 방에서 피투성이 변사체로 발견됐고 아침 인사차 문을 열었던 에디뜨가 혐의를 받고 체포된다. 형사 : “넌 그의 정부였어. 요즘 인기가 높아지니까 카바레를 통째 들어먹으려 한 거지?” 에디뜨 : “그건 너무하신 말슴이예요. 난 그런짓은 못해요. 내 은인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6장 레이몽의 아파트 경찰에서 풀려나온 에디뜨가 건강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를 사랑으로 격려하는 레이몽. 에디뜨 : “사람들은 나를 살인가수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어요. 정말 내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요?” 레이몽 : “파리 시민들은 당신없인 못살게 될꺼야. 마치 레이몽 잇소처럼.” 7장 쟈니스 카바레 에디뜨 삐아프의 재기 무대 에디뜨 : “나 혼자 당신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이것도 죄인가요. 메아 뀔바” ‘살인가수 집어쳐라’ 등의 함성과 함께 에디뜨는 밖으로 뛰쳐나가 세느강에 몸을 던진다. 잠시 후 폴이 물에 빠진 에디뜨를 안고 들어온다. 장 꼭또 : “여러분 에디뜨는 생명을 바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던 겁니다. 에디뜨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진실한 노래로 여러분을 살게하고 있는 겁니다. 아름답고 진실하고 철저하게.” 제2막 8장 에디뜨의 저택 거실 마르그리뜨 : “에디뜨 이전에 샹송이 없었고 에디뜨 이후에도 아마 샹송은 없을 꺼예요. 당신의 명성도 에디뜨 덕분에 올라 갔구요.” 레이몽 : “내게서 이젠 시도 떠나가 버렸어. 난 점점 메말라 가기만 해. 에디뜨를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군. 에디뜨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난 떠나야 해요.” 9장 에디뜨의 침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에디뜨 : “전쟁은 끝났다. 파리는 해방되었다. 그런데 난 고독에서 해방되었나? 가난은 참을 수 있지만 외로움은 정말 못참겠어.” 고독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에디뜨에게 신인가수 이브 몽땅이 등장한다. 에디뜨 : “노래는 가르칠 수 없어요. 가르칠 수 없는 게 노래이고 예술이예요. 더구나 당신은 사랑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 이브 : “그러면 사랑을 가르쳐 주세요.” 에디뜨 : “사랑 역시 가르칠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스스로 배울 수는 있을거야. 난 사랑할 줄은 아는 여자니까.” 10장 에디뜨의 거실 (3년 후) 에디뜨 : “이브 당신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어요. 늙은 에디뜨 보다 젊은 시몬느가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겠지, 더구나 당신은 내게 기댈 필요가 없을 만큼 성장했으니까.” 이브 : “난 이 이상 쓸데없는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요. 아무것도 갖고 나가진 않겠어요. 3년 전에도 난 맨몸으로 이 집에 들어 왔었으니까.” 에디뜨 : “난 이브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어. 내겐 거짓이 없었어. 사랑을 위해 인색하지 않았어. 예술을 위해 진실했어. 그래서 난 후회하지 않는거야.” 11장 에디뜨의 응접실 (2년 후) 미국에서 권투선수 마르셀과 결혼한 에디뜨는 마르셀의 아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비행기 추락사로고 마르셀은 사망한다. 에디뜨 : “남자들은 한결같이 내 곁을 떠나 버렸어요. 그리운 사람들 … 난 그들의 정열과 재능을 사랑했고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를 미칠 듯이 사랑했죠. 내 사랑엔 독소가 있나봐요.” 종막 다시 묘지 폴 : “48세의 젊은 나이로 영원히 불탈 듯 하던 에디뜨의 생명은 갑자기 꺼져버렸어요.” 마르그리뜨 : “에디뜨의 장례식날을 기억하시겠죠. 파리의 전시민이 조상한 그날의 장엄한 광경.” 에디뜨의 사랑의 찬가가 들려온다.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 땅이 꺼져버린다해도 그대만 날 사랑한다면 두려울 것 없으리. 캄캄한 어둠에 쌓이며 세상이 뒤바뀐다 해도 그대만 날 사랑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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