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만화 같다. 제목, 또는 제목 앞에 붙은 'SF 활극'이라는 수식어만 보아도 그 느낌이 온다. 자연, 재미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황당무계한 얘기가 아니다. 절망적인 삶, 각박한 세상 얘기가 들어 있다. 한없이 약해진 아버지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父情)이 마음을 뭉클하게 하기도 한다. 연극 '병신3단로봇'은 웃음과 함께 감동이 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일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실직자가 되고 아내마저 집을 나간 후 상철은 한강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한다. 몸을 던지기 전 우연히 장난감을 파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불현듯 자신의 어릴 적 로봇을 향한 꿈이 생각나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집에 남기고 온 어린 아들에게 로봇을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친다. 그러나 돈은 한 푼도 없다. 상철은 결국 로봇을 훔치게 되고, 노인이 그를 잡는 등 일대소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갑자기 빛이 번쩍하더니 상철은 로봇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 연극이 갖는 재미 요소 중 하나는 관객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대놓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무대는 붉은칠이 된 나무 막대를 별 의미 없이 무대 양쪽에 설치해 놓은 것과 몇 개의 허름한 나무상자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작품에는 해설자가 있다. 그는 무대에 나와 이 작품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연극쟁이'가 만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품이나 로봇 의상 같은 것을 제대로 된 것을 장만할 수 없었기 때문에 관객의 상상력이 없이는 이 작품이 완성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 로봇의 변신은 실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과정 자체가 관극의 즐거움을 높인다
작품은 눈요깃거리뿐 아니라 현실사회의 직장인들에게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해학과 풍자를 섞어 실어내면서 웃음을 안겨준다. 상철은 사장의 이삿날 일을 잘 거들지 않았다고 해서 사장 부인의 미움을 사고 결국 해고당한다. 위험에 처한 상철이 납치당한 어린 아들과 교신을 하는 장면 중 아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격려하는 대사는 만화적이기는 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또 상철이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나서 로봇을 꿈꾸는가?"라고 하는 대사에서도 아련한 아픔이 있다.
실직자가 되고 아내마저 집을 나간 외로운 가장 공상철은 6살 난 아들을 남겨두고 한강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장난감을 팔던 노점상 노인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어릴 적 로봇을 향한 꿈과 아들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상철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로봇을 선물하고 죽기로 결심 하지만 돈이 없다. 상철이 노점상 노인에게 사정을 하고 있는 사이 지나가던 고급승용차에서 김비서가 내리더니 남은 모든 로봇을 사가려한다. 순간, 상철은 장난감을 훔쳐 달아나려하고 노점상 노인이 뜯어말리면서 아수라장이 돼버린 그때 빛이 번쩍 하더니 상철이 로봇으로 변신한다. 상철은 김비서를 간단히 제압하고, 노점상 노인은 노박사로 둔갑하여 자신이 찾던 이가 나타났다며 놀라워한다. 그때, 승용차에서 상철을 해고시킨 왕사장이 내리더니 상철을 공격하여 쓰러뜨린다. 그리고 왕사장은 상철의 업무과실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보상하라며 아들을 찾고 싶다면 돈을 갖고 올 것을 요구한다. 또한 지금의 1단계 변신정도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며, 최소한 3단계 변신을 이뤄야 상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상철은 3단계 변신을 위해 적을 찾아 나선다. 우리시대의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들을 부정하게 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날선 비판을 무대가 확장할 수 있는 극적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극 <병신 3단로봇>은 이렇듯 현실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시선을 기반으로 과감한 설정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무대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또한 ‘아빠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설정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존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사회와 세상에서는 한없이 작고 힘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적어도 자녀 앞에서는 무한한 힘의 근원이 되고 싶은 아버지들의 욕망, 누구나 꿈꾸었을 법한 로봇을 향한 동경과 로봇이 되고 싶은 간절한 현실. 이들을 맛깔나게 버무린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의 강한 열망이 현실이 되어버린 한 아버지의 기막힌 변신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시대의 또 다른 일면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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