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유진 오닐 '십자표지가 있는 곳'

clint 2015. 12. 26. 20:52

 

 

 

 

 

종교적 메타포가 강하게 느껴지면서 꿈과 좌절의 주제를 보여주는 초기 단막이다.

이 작품 역시 좌절된 인간의 꿈을 달빛과 파도소리의 이미지 속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광인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유령들을 등장시키는데,

이는 '황제 존스'에서 작은 형상 없는 공포를 등장시키는 방법과 유사하다.

이런 환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수법이다.

 

 

 

바트렛 선장은 아들인 네트에게 버림받고 소외된 자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갈 
운명이지만, 메리 알렌 호를 기다리는 꿈을 지닌 채 바다를 바라보며 죽어간다. 
항해 도중 난파되어 무인도에 기착하게 된 바트레트 선장은 당시 발견한 보물을 묻고 
보물지도를 만들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그 보물을 찾기 위해서 선원들을 
메리 알렌호로 보낸다. 이 배의 이름은 3년 전에 죽은 선장의 아내 이름이며, 
메리 알렌호 역시 보물을 찾지 못하고 난파당한다. 
광증 속에서 그 배가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바트렛 선장은 선원들이 보물을 
가져오는 환상을 보면서 죽는다. 그는 메리 알렌호의 난파 사실을 알지만 
믿으려 하지 않으며 꿈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들인 네트 자신도 역시 헛된 꿈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꿈, 
즉 보물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 꿈을 계승할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그 꿈도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기다림에 지쳐 아버지를 정신병자로 몰아 
병원으로 내쫓을 계획이다. 더 이상 환상에만 빠져있을 수 없는 네트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보물이 묻혀있는 곳은 버트렛 선장과 네트가 추구하는 꿈의 세계이다.

그들이 기다리던 메리 알렌 호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배이기에,

그들의 꿈은 환상이고 허상이다. 그럼에도 그 꿈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까지 대물림하며 그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죽은 선장의 손에서 구겨진 채 발견된 지도상에서 보물이 묻혀있는

곳엔 십자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연은 아니다.

그곳은 현대인이 기다리는 신이 있는 곳일 수도 있고 또 보물을 싣고

돌아오는 배는 현대인이 기다리는 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필적은 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이 추구하는 보물은 결국 신이며,

신과 함께 할 수 있는 낙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세계라는 오닐의 비관적 가치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