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상수 ''섬'

clint 2015. 11. 24. 14:01

 

모노드라마

 

 

 

• 작품 의도

이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한가운데, 그 경계에 놓여진다. 포괄적으로 얘기하여 이승과 저승, 사물과 언어,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하게 숨 쉬고 있다. 그 불안의 관념을 가리켜서 의식의 섬이라고 얘기하고자 한다. 실제로 물과 바다의 경계에 놓여진 섬을 생각해보자. 바다는 무엇인가? 바다의 경험이란, 섬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죽음을 체험하게 한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안전한 뭍으로 이동할 것을 꿈꾸지 않는가? 섬은 바다의 불안을 그만한 무게로 - 섬, 자체의 무게 - 지닌 채 떠 있는 것이다. 바다와 물의 중간에 놓여진 섬을 볼 수 있듯이, 사람들 사이에도 불안이 있고 섬이 있다. 그 불안한 섬을 지배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안달의 정체를 묻고, 현실과 상상의 어떤 이미지를 통한 관념을 드러내고자 한다. - 하나의 섬, 혹은 혼자인 인간, 여러 개의 섬들, 그리고 여러 사람들. 그것을 이 작품은 대상으로 한다.

 

 

 

 

 

 

 

 

옛날 옛날에 따로 떨어진 섬(落島)에 남자들이 모두 고기잡이를 떠났는데 그 섬에 사는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 섬에 남아 있는 여자들이 시시콜콜 이렇고 저렇고 입방아를 찧는다. 참으로 요지경이다! 틀림없이 부정 탔다! 아마 섬의 귀신이 고기잡이 나간 남자들에게 흉한 벌을 내리는구나! 남자들이 섣달 그믐날 고기잡이를 끝내고 섬으로 돌아올 때는 같이 고기잡이 나갔던 사람 중에 일곱 남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물에 빠져 죽었다. 섬사람들의 여론은 뒤숭숭하게 끓기 시작했다. 처녀가 아이를 뱄기 때문에 재수 없어서, 고기잡이 나갔던 남정네들이 죽었다! 결국, 처녀에게 부정 탔다고! 섬 귀신이 화가 났다고! 섬사람들은 처녀를 섬에서 쫓아내어 또 다른 섬으로(無人島) 떠나보낸다. 처녀의 홀어머니는 자기 딸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어느 무인도에 유폐되는 처녀의 고립은 섬의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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