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성배 '확률'

clint 2015. 11. 24. 10:19

 

2011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성배(39)씨는 스물여섯 살에 뒤늦게 숭실대에 입학해 불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잡지사, 인터넷 매체 등에서 일하다가 해외 축구 통신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 영국의 해안도시 이스트본에 갔다. 1년 4개월 간의 영국 체류는 그러나 호구지책에 쫓겨 통신원 활동은커녕 " 바다에 발 한 번 담가보지 못한 채" 이어지는 노동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어느 날 함께 호텔에서 일하던 스페인 여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영국에 왔으면 ' 오페라의 유령'은 봐야 하지 않겠어요?" 20파운드, 당시 환율로 4만원 정도 되는 관람료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김씨는 하루 날 잡아 런던의 극장에 갔고, 뮤지컬과의 첫 만남에서 단박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얼마 뒤 뮤지컬 ' 캣츠'가 이스트본에 순회공연을 왔을 때 김씨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영국에 왔으면 '캣츠' 정도는 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김씨는 귀국하기 전까지 줄잡아 50편에 이르는 뮤지컬을 봤다. 김씨는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대본 및 작사를 전공하면서 지난 가을에는 직접 대본을 쓴 뮤지컬을 교내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희곡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갔다. 특히 배삼식 교수 등 극작가들에게서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으면서 그는 "뮤지컬과는 또다른 연극의 매력을 느끼게 됐고, 두 장르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당선작은 김씨가 지방 국도에서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착상한 작품이다. "교통사고는 우연히 일어나서 삶과 죽음을 한순간에 뒤바꾸잖아요. 그 우연한 순간을 통해 인생 전체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는 이 작품에서 죽은 두 남녀의 관계와 그 배후를 치밀하게 복원하는데, 그는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통에 쌓여가는 오해들을 희곡을 통해 깊이 파고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평

올해 심사 기준은 작가 의식과 소재의 참신함, 무대 언어의 구사였다. 이런 기준에서 보았을 때 올해의 작품들은 예년보다 수준이 낮았다. 올해 공모한 이들에게서 하나의 경향이 보였는데, 탈권위ㆍ탈민족화된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외로운 개인들을 날것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 작가의식들이 머물고 있었으며 소재 역시 가족 해체, 고아, 노숙자들, 부랑아들의 세계였다는 점이다. 시대를 읽어내는 첨예한 작가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소재 역시 기존의 작품들이 흔히 다루었던 소재들이라 참신함을 찾기 어려웠다. 문체 역시 탈개성화된 문체와 상식 선을 벗어나지 않는 논리성으로 일관되어 작가 특유의 개성이 살아있는 문체를 발견하기 힘들었고 지문의 활용 역시 작가 수업이 함량 미달이었다. 마지막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작품은 이현수의 '태엽 인형'과 김성배의 '확률'이었다. '태엽 인형'은 극적 구성이 비교적 뛰어났지만 언어의 구사와 소재가 진부하였다. '확률'은 연출의 해석과 구현에 따라 작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위험 부담을 갖고 있지만 소재의 참신함, 언어 구사의 힘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이라는 데 동의, 그 가능성에 방점을 두었다. 심사를 끝낸 심사위원들은 동시대의 희곡 작가 지망생들이 연극이란 무엇인지, 희곡 쓰기의 특성이 무엇인지, 시대를 발언하는 작가적 입장이 무엇인지 원점으로 돌아가 고민하는 것과 더불어 희곡 작가가 가져야 하는 사유의 장을 인문학 정신으로 무장하여 깊고 폭넓게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 심사위원= 이윤택(극작가·연출가·영산대 교수) 박정희(연출가·극단 풍경 대표)
 
 
 

김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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