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 소감 - 벼랑 끝서 잡아준 손들 …계속 고맙습니다
'슬기야, 글 써라' 하는 분께 '못 쓰겠습니다' 하고 돌아와 시작된 감기 몸살. 절절 끓는 전기장판 위에 조기 마냥 누워 규슈 6박7일 도주를 궁리했다. 연말부터 연초에 걸쳐 이 땅을 뜰 절호의 기회, 괜찮은데? 가만. 돈이 없잖아. 요즘 단기 알바는 '케이크 팔이 아가씨'가 대세네. 성탄 시즌 3일 내내 길 위에서 케이크를 팔면 10만원 획득. 후.
넷북을 끄고 휴대폰도 끈 후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거랑 잘 쓰는 건 다른 얘기……악! 암전. 이런 이유로 당선 전화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아가씨가 대신 받아주셨다. 에? 13단지 사는 김슬기씨요? 신춘문예요? 아가씨께 맛난 빵을 사다 드리련다. '난 너 언젠가 일 낼 줄 알았어, 근데 좀 빠르긴 하다?' 한 최상미 어머니, '법대 나와 사법고시 패스한 거랑 비슷한 거잖아?' 한 김중배 아버지, 하이파이브해준 김종혁 동생, 야옹 최델리 동생. 내 가족 해줘 고맙습니다. 친언니 솜저메, 문주희 작가, 인텔리전트 지영, 임나진 작가, 공식 미녀 태희, 복승아언니, 맹언니, 랴옹, 근영오빠 등 동대 문창식구 모두 고마워요. 10년 지기 써니, 소울메이트 엽이, 야늘, 망고, 울동생 수호, 개쥬, 미친근, 마들경아, 이주영 감독, 정신적 지주 로찌, 뮤즈 재민이 고마워. 이만희 선생님, 이종대 선생님, 이원 선생님을 비롯한 문창과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후진 극 안에서 유미랑 동욱이 참 고생했어. 임영웅 선생님, 이강백 선생님! 벼랑 끝에서 잡은 힘센 손들이셔요, 제겐…. 죄송하고 죄송하고 계속 고맙습니다. 끝으로 전국에 계신 문우 여러분, 세상에 이런 글도 됐어요! 건필!
▲1986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심사평 - 선정적 소재를 재치있는 성적 판타지로
좋은 음악을 듣는 순간 어떤 정서가 우리를 감싸듯 잘 쓴 희곡 또한 그 구성과 리듬으로 어떤 정서를 생산한다. 그래서 희곡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은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은 어떤 고양된 정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서툴게 쓴 희곡은 사건을 보여주기에 급급해서 어떤 2차적 정서도 스며 나오게 하지 못한다.
김현경 작 ‘라일락 향기의 오후’와 김슬기 작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최종심에 올려 논의했다. ‘라일락 향기의 오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가 그들의 아들이요 남편인 남자의 묘소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죽음보다 고독이 두려운 그녀들에게서 감춰두었던 원망과 갈등이 표출되지만 끝내 화해에 이르는 드라마가 맛깔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나 이 희곡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정서는 우리나라 현대 희곡의 발생기부터 면면히 있어온 익숙한 정서였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은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를 감정 과잉이 되지 않도록 억누르는 소위 쿨한 작품 전개가 돋보인다. 남녀 두 명의 등장인물로 단조로울 수 있는 극을 리드미컬한 대사, 재치있는 행위들, 성적 판타지 등을 어우러지게 하여 발랄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오랜 논의 끝에 우리 희곡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새로움, 냉정한 정서를 높이 사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정상미 작 ‘일곱째 날’과 임채영 작 ‘코끼리 낳는 방법’도 최종적으로 논의되었지만 단막극이 아닌 장막극에 가까워 응모 규정에 맞지 않았다.
/ 임영웅(연출가)·이강백(극작가·서울예대 극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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