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현대. 겨울. 장소는 한강 얼음판 위이다. 낚시꾼 두 사람이 빙혈(얼음 구멍)에 낚싯대를 넣고 낚시하고 있다. 갑과 을. 갑이 불만이 많다. 자신이 늘 낚시하는 자리에 을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을은 태평하게 세월을 낚는 듯 느긋한 반면 낚시가 안 되는 갑은 툴툴 댄다. 강바람이 매섭게 불고 그 추위에도 낚시꾼은 조용하다. 갑이 일어난다. 안 잡히는 것 보다는 자기 포인트에 앉은 을이 불만인 듯하다. 먼저 돌아가는 갑. 잠시 후, 병이 온다. 역시 낚시꾼 차림이다. 좀 젊은 축에 드는 사내이다. 말이 많은 듯하다. 그도 을이 앉은 자리를 탐낸다. 을이 좀 전에 한 낚시꾼도 그런 얘길 하더라고 말한다. 자신은 건설 노가다인데 겨울엔 일거리가 없어 낚시를 즐겨하는데 근 보름만에 나온다고 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