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이 지난 남편 다쓰오, 40살을 넘긴 아내 사요코는 성탄절 이브를 같이 보낸 후
7년여 간의 부부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이사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또는 각자의 옛일을 더듬으며 지난날의 감정들을 정리한다.
성탄절이라면 흔히 크리스마스케이크를 사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기로 한
마지막 밤이라 남편은 화려한 케이크 대용품으로 평소에 아내가 즐겨 먹던
할인 중인 디저트 행인두부를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다.
편의점 음식을 두고 입씨름을 하는 사이 여동생(이복형제)에게 치매 걸린
친정엄마 건으로 전화가 온다. 그러나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사온 오뎅과 정종을
마시며 같이 산 7년간의 일을 회상하며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눈다.
친정엄마의 부양문제, 사요코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친정엄마의 재가와 출산,
다쓰로의 외도, 다쓰로의 실직이후의 생활고 등. 지난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 때
친정엄마를 찾았다는 전화가 오지만 동생이 친정엄마를 모시러 간다고 하자
사요코는 다시 짐을 정리한다. 다쓰로는 편의점에서 사온 행인두부를 꺼내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지만 사요코는 거절하고 집요하게 불만에 대해 얘기한다.
잠시 감정을 진정을 찾은 두 사람은 행인두부를 먹고 또다시 남자의 외도와
두 사람 사이의 성 트러블에 대해 논쟁한다.
그리고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나 결국 두 사람은 예정대로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행인두부의 마음>은 정의신이 쓰고 연출하여 '2000년 초연된 작품이다.
긴 경제적 불황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견디지 못한 남자는 생활력 강한 여자를 만나 살게 되지만, 생각처럼 순탄하지 못하여 결국 이별을 선택하는 현대 일본 서민상의 일부를 섬세하게 나타내고 있다. 행인두부란 중국의 디저트로 한국에서는 중화요리 전문점에나 있으나, 일본에서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가면 100엔 정도에 쉽게 살 수 있는 대중석인 디저트이다.
작가는 원래 '사랑'이나 '생명'에는 대용품이 없는 것인데, 무엇이든지 간단히 대용품을 구입하지만 빨리 잊기도 하는 현대사회의 실태를 풍자하였다고 한다. 또한 대용품으로 산 행인두부의 새콤달콤한 특유의 맛은 얄궂은 인생을 비유하며, 부드러운 부감은 쉽게 끊기 어려운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픈 부부의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 코믹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정의신 작가의 글
<행인두부의 마음>은 실은 하룻밤 공연을 위해 쓰여진 대본입니다. 6년 전 어느 겨울날, 사요코 역을 맡고 있는 가하시 가코 양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의신...저기 있잖아... 딱 하루만 공연할 건데, 대본 써주지 않을래"
하필이면 그때, 저는 영화시나리오를 집필 중이어서 전혀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무리한 부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있지, 무대장치를 제작할 돈이 없거든. 그래서 의상도.... 그냥 벗고 할까"
"그건, 안 돼. 나도 보기 싫거든."
"배우도 나랑 더 한사람 정도..? 두 사람만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2인극을 하겠다고?"
"그래 맞아. 나고야에 재미있는 남자배우가 있어."
"어떤 배우인데?"
"사진과 프로필을 보내줄게."
이런 식으로 저는 그녀에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까지 남자와 여자, 두 사람만이 등장하는 작품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난제를 풀기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한편으론 즐기면서 글을 쓰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6년... 지금까지 몇 번씩 재공연을 거듭하였지만, 서울까지 오게 되리라고 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행인두부의 마음>은 <시경>에 나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작품을 쓸 때, 어쩌면 일반 관객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특별한 이야기, 즉 보통 관객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요코와 다쓰로의 이야기는 저의 예상을 넘어, 관객들은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절실히 공감하며 반응하였습니다. 덕분에 6년이나 재공연을 거듭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행인두부의 마음>이 굴러서 이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 작품이 한국 관객에게도 "타산지석"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행인 두부를 (杏仁豆腐)를 아시나요?
원래는 살구씨를 빻아서 한천으로 굳힌 중국식 디저트이다. 일반적으로는 살구향을 첨가해서 만든 우유젤리로 일본에서는 많이 보급되어 있다.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 독특한 향이 입맛을 당겨준다. 한국에서는 고급 중국요리점의 후식으로나 나올 정도인데, 일본에서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젤리나 푸딩 종류의 하나로 100엔 정도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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