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아나톨 프랑스 '벙어리 마누라를 얻은 판사'

clint 2025. 1. 8. 17:45

 

 

레오나르 보다르 판사는 어느 시골 양가집의 아리따운 여자와 결혼한다. 
살랑시의 재판관의 일곱번째 딸, 까뜨린느와. 하지만 그녀는 벙어리다.
물론 알고 결혼했고, 그 덕분에 지금 판사로 임용된 것.
제법 여러 재판을 맡아 판사 이력도 점점 올라가나 아내가 벙어리라
그점이 영 불편하다. 부부동반으로 파티에도 못가고... 
그러다가 변호사 아담이 방문했고 다음 재판 건으로 고아의 양부모 
재산강탈 건의 판사로 배당되었다고 온 것.
그 아담에게 아내 이야기를 비추며 고칠 수 있는 의사를 부탁하고
아담은 바로 의사와 외과의, 약제사를 세트로 소개한다.
다음 날 바로 이들이 방문해,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하는데, 
귀머거리가 아니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얼마 후, 수술은 대성공. 판사는 기뻐한다.
그리고 아담이 방문하여 부인의 수술이 잘된 것을 축하하며
고아의 양부모 재산강탈 건을 잘 검토해 달라며 서류를 건넨다.
아담의 부탁으로 아내가 말을 잘 하니 약속을 거절할 수도 없고,
부지런히 사건을 들여다 보는데... 
이젠 말하는 아내 까뜨린느가 옆에 와서 말을 시작한다.
그녀는 그간 말을 못하고 살았으니 오죽 할 말이 많았으랴. 
그렇다고 하인들에게 주책없이 잔소릴 해댈 수 없고.
남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늘어놓는데... 청산유수다.
남편은 도망다니다 지쳐 큰소리로 

"제발 조용하지 않으면 다시 수술해 벙어리로 만들 거야!"
그래도 부인의 수다에서 벗어날 수 없자, 수술 팀을 다시 부른다.
상황을 다 듣고 파악한 그들은 부인은 수술할 방법이 없고,
판사가 간단하게 귀머거리가 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한다.
그건 수술도 아니고 양 귀에 한방울 씩 약품을 넣으면 끝이란다.
판사는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귀머거리가 된다.
그의 부인도 남편이 자기 얘기를 못 듣자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판사는 모두에게 말한다.
"여러분, 저의 과오를 용서하십시요."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가 1908년 발표한 소극이다.
이야기는 벙어리 여인과 결혼한 후 근심에 처한 판사 레오나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이 전개되면서 소통과 부부 역학의 문제를 제시하고, 레오나드의 욕심과 부인의 말하고픈 욕구가 충돌하는 희극적 상황을 맞는다. 극의 처음에는 아름답고 부유한 여성과의 결혼을 자랑스러워했던 판사는 곧 침묵하는 아내의 단점, 특히 의사소통이 중요한 판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깨닫고 친구의 소개로 그녀에 대한 치료법을 찾고, 유명 의사의 개입으로 아내에게 말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끊임없는 수다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을 하다하다 레오나르에게는 상황은 뒤바뀌면서 코믹하게 고조되고, 결국 유머러스하고 혼란스러운 결말로 이어진다. 끝없는 대화가 중요할까? 아니면 침묵이 더 바람직할까? 작가 아나톨을 묻는 것 같다. 이 작품의 내용보다는 작가가 꾸며 놓는 상황에 유의하면 한층 더 재밌는 작품이다. 극단 「작업」 제33회 공연작품으로 민희식 번역. 1981년 공연.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본명 티보 Jacques-Anatole-François Thibaut. 파리 출생. 고서상古書商의 아들로 태어나, 고서와 골동품에 둘러싸인 그의 어린 시절은 나의 친구의 서書(1885), 에르 노지에르(1899), 작은 피에르(1918), 꽃다운 인생(1923) 등의 추억소설 속에 그려져 있다. 고답파高踏派의 영향이 현저한 시집 황금시집(1873), 고린도의 혼례婚禮(1876)를 내놓은 후, 소설 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1881)로 일약 유명해졌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온통 뒤흔들었던 드레퓌스사건에서는 드레퓌스를 옹호하여 그 무죄를 주장하였는데, 이 사건은 작품 현대사에서 다루어졌다. 그리스·로마의 고전과 몽테뉴, 볼테르로부터의 영향이 두드러지며, 그의 사상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지적 회의주의知的懷疑主義로서, 자신까지를 포함한 인간 전체를 경멸하고, 사물을 보는 특이한 눈, 신랄한 풍자, 아름다운 문체가 그의 작가로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소설가로서는 자전적 작가, 평론가로서는 인상비평가로서 어느 쪽도 주관적 경향이 강하였다. 1892년에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며, 19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