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한 유뱅크는 천막을 쳐주는 한 建設 업체의 주인이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손으로 밧줄을 꼬는 기술을 배웠으며, 이를 토대로
성장하여 자기가 직접 천막과 기타 재료를 제조하고 이를 대여하여 시공해주는
사업체를 차렸던 것이다. 그러나 기계의 발명으로 모든 재료는 자동으로 생산되고
무슨 행사 치를 때도 옛날처럼 천막이나 차일을 치는 일은 차차 없어지고 말았다.
사업이 퇴조해가는 가운데 中年의 유뱅크는 딸의 결혼식을 위해 자기 집 마당에
일생의 가장 훌륭한 천막을 치기로 작정한다. 그는 이제까지 남에게 무수한 천막을
쳐주긴 했어도 자기 돈을 들여 자기가 필요한 천막을 쳐보기는 평생에 처음이었다.
이 劇은 천막을 치는 일로 시작된다. 자기 회사 자재와 인부를 동원한 것이다.
유뱅크의 집 앞, 잔디 하나하나에 그의 이름이 적혀있는 듯 정성 들여 가꾼 잔디 위에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천막이 서는 것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이 직업의 인부들은
유뱅크의 말대로 자기가 아니면 아무도 고용해줄 사람이 없는 그런 사람들로서
저마다 불운한 과거와 현재의 고통을 간직한 채 숙련된 솜씨로 천막을 친다.
일하는 동안 인부들이 으레 그렇듯이 쓸데없이 잡담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짓궂게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말 더듬는 좀 모자라는듯한
젊은 인부를 못살게 놀려대기도 한다. 그들은 그의 가족들에게 화살을 던지며
결혼할 신랑 신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쑥덕거리며 바쁜 일손을 놀린다.
특히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大學을 다닌 유뱅크의 아들 폴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데
폴은 대학을 다녔어도 그게 그렇게 신통하게 느껴지지를 않으며 안정된 생활을
가지지 못한 채 오히려 천막 치는 일손을 도우며 인부들과 함께 섞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물론, 교육받고 훌륭한 직업을 가졌기를 동경하고 인부들도
그를 자기들의 세계에 동참시키기를 거부한다.
조父母, 신랑, 신부, 유뱅크와 그의 부인 등 온가족이 클레어의 결혼식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기다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천막은 드디어 완성 되고 모든 사람은
이를 찬양한다. 호화로운 결혼식이 거행되고 흥겨운 피로연이 베풀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2막과 3막 사이의 막간에서 처리되고 3막이 되면 천막만 세워 놓고
뿔뿔이 흩어졌던 인부들이 다시 모여 공들이고 애써 만든 천막을 허물기 시작한다.
유의미한 사건이나 대사는 전개되지 않은 채 천막은 무너져내린다.
그와 동시에 모였던 가족들도 흩어지고 아들 폴도 어디론가 떠나버려
남은 사람은 유뱅크와 그의 부인뿐이다. 가을철로 접어든 쌀쌀한 날씨에 쳤던
텅 빈 잔디밭 위에 서서 부부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맙시다"
는 말을 남긴 채, 안으로 들어가면서 劇은 끝난다.
데이비드 스토리는 국내초연 영국작가로 두드러진 사건이나 극적 갈등 없이,
문법에 어긋나고 무의미한 토막 토막의 대사로 현실부조리를 그리고있다.
극단 여인극장 제50회 공연작으로 (신정옥 역/ 강유정 연출)
1979년 4월 19일~25일 연극회관 쎄실 극장에서 공연됨
한창 때 데이비드 스토리는 <現代의 체흡>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 까닭은 체홉연극에서처럼 사건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극적인 갈등이 적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체흡의 희곡에서 처럼 플롯트의 통일성이라든가 완결성이라든가 균형성이 없고, 희곡이 발단에서 그만 끝을 맺어놓은 거와 같은 인상을 우리는 「불꽃」에서도 여지 없이 받게 된다.
「불꽃」에서 흡사 정신의 균형을 잃고 방향을 잃은 것 같은 극중인물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서로 말을 걸고 아무런 뼈가 없는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말을 지껄여댄다. 그것은 인간조건이 절벽에 직면에 있고 그리고 타인과의 결합이 불가능한 절대고독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지껄이는 대화는 백치와 같은 어둠과 침묵은 전율적인 죽음보다도 무섭고 싫어 어쩌면 끊어져 가는 人間과 人間의 끈을 끊기지 않으려는 슬픈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무서운 침묵의 불꽃을 사위어 버리고 꺼버리려는 피나는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틴 맥도나 '필로우맨' (1) | 2025.01.05 |
---|---|
코죠우 토시노부 '기묘여행' (1) | 2025.01.04 |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과 조' (1) | 2025.01.02 |
에릭 시걸 '러브스토리' (6) | 2024.12.31 |
미셸 드 겔데로데 '맹인들' (4) | 2024.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