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셸 드 겔데로데 '맹인들'

clint 2024. 12. 29. 20:14

 

 

 

맹인 세 사람이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서로 옷을 붙잡고 뭉쳐서 움직인다.
데 위뜨, 드 스트로, 덴 오가 그들이다.
그들의 목적지는 로마, 바티칸 교황 성전까지이다.
네덜란드 근방에서 출발해, 7주 째 움직여 로마 근처에 까지 온 것이다.
이 순례를 통해 그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함이다.
멀리서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면서 그들은 로마에 온 것을 느낀다.
그러나 확실하진 않다.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보겠지만
산길로 접어들어선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낸게 멀리 메아리가 들리니
메아리한테 물어보자는 것.
그래서 셋이 모두 큰소리로 묻는다
그러자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람프리도. 늪지대 왕이다.
그는 이들이 이곳에서 몇주간 왔다갔다 헤매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이들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게다가 맹인들이니.
아직 로마까진 많이 남았고 어찌어찌 해서 가면 빨리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맹인들은 애꾸눈이란 말에 람프리도를 우습게 본다.
그러면서 그의 말을 안 듣는 것이다.
한쪽 눈으로 보느니 안보이는 것만도 못하다는 맹인 특유의 고집.
결국 이들은 람프리도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들 생각대로 길을 떠나고
얼마 후, 늪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끝난다.

 

브뤼겔, '맹인들의 우화', 캔버스에 템페라,86X154Cm. (1568년)



작품은 크기는 작지만 "적으면 어때?" 

맹인들의 우화라는 제목 붙힌 브뤼겔의 그림이 강한 인상을 남겨놓았으므로 

1933년에 이 감동적인 그림과 우화를 몇 시간 동안에 연극 대본으로 옮겨 놓았다. 

- 미셸 드 겔데로데의 인터뷰에서

 

 

 

*1890년에 쓴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맹인들'과 작품명이 똑같기에 헷갈리기 쉬운데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미셸 드 겔데로데(본명: 아데마르 아돌프 루이 마르텐스; 1898년 4월 3일 – 1962년 4월 1일)는 플랑드르 출신의 벨기에의 전위 극작가로, 프랑스어로 말하고 글을 썼다. 그의 작품은 종종 죽음과 타락에서 종교적 고양에 이르기까지 인간 경험의 극단을 다루었다. 그는 연극과 단편소설을 썼고, 유명한 편지 작가였다. 겔데로데의 영향력에는 인형극,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아르테, 중세 플랑드르 세계, 플랑드르 화가 보쉬, 브뤼겔, 야콥 조던, 테니에르, 그리고 마카브르의 화가인 벨기에 화가 제임스 엔소르, 소설가 조르주 에크하우드가 포함된다. 브뤼겔의 '맹인들의 우화'는 겔데로데의 희곡 '맹인들'에 영감을 주었다. 그의 여러 희곡은 브뤼겔의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의 희곡 '맹인들'(Les Aveugles, 1933)은 브뤼겔의 '맹인의 비유'에서, '교수대 위의 까'(La Pie sur le Gibet, 1935)는 브뤼겔의 '교수대로 가는 즐거운 길'에서, '기묘한 기수'(Le Cavalier Gify, 1920)는 특정 그림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서문에서 알 수 있듯이, 브뤼겔에서 영감을 받았다. 

 

미셸 드 겔데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