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11층에 투숙한 출장자 봅, 오랜 친구인 에드가 방문해
지난 얘기도 하고 각자의 가정사, 일, 등등 묻고 답하고...
대화의 모양새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느껴진다.
봅은 최근에 설계한 전원주택 도면을 꺼내 자랑도 한다.
그때 호텔사환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무척 정중하게
지금 호텔에 불이 났다고 조용히 대피하라는 말을 전한다.
마침 창문으로 확인하니 거의 아래층인 10층까지 올라왔다.
에드는 호텔사환한테 자신이 소방소장의 친구라며 빨리 진화하고
꼭 자기 이름을 말해달라고 한다. "에드 저메이슨"
어느 덧 연기도 올라오고 바닥도 뜨끈해 온다.
그리고 소방수 2인이 들어가도 되냐고 문을 두드린다.
복장을 입은 소방수A는 소방호수며 장비를 가지고 들어오고,
소방수B는 소방복장에 바이올린을 들었다.
소방수A의 설명은 "저 친구는 집에서 연습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화재현장에서 연습하죠"
그리고는 모두 차분히 앉아 소방수B의 연주를 듣는다.
차분히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곡은
"불이 그치지 않고 타게 하라"를 켠다.
이 연극의 제목이다.
작가미상의 단막인 이 작품은 40여 년 전 얻은 대본인데,
최근에 다시 읽어보며 여기에 올린다.
호텔에 불이 났으면 만사 제치고 비상구든 옥상이든 탈출하는 것이
국적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취해야할 자세일진데
차분한 투숙객이나... 특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소방수B는
연주곡명을 보면 불이 꺼질 때까지 연주할 것 같다.
해프닝 같고 엉뚱하지만 작품을 읽고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상상하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이게 음악, 연극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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