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진아 '아라베스크'

clint 2024. 9. 22. 13:40

 

 

"진짜 난민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이렇게 진짜로 있는데요?"  
"진짜 난민이 뭐냐고 묻는데요? 자기는 진짜로 있다고 여기에."
"난민이 인정되면 그때 난민이 되는 겁니다."
2018년 여름, 예멘인 무하메드가 제주도에 왔다. 
피부색, 언어, 카피에, 라마단, 아잔... 무엇 하나 익숙한 것 없이 
온통 생소한 타인이다.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열 장 남짓한 
난민인정신청서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의 진술뿐이다.
조사관, 보조, 통역은 그를 이 땅에 받아들여도 되는지 고민한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눈빛들이 무대 위를 오간다.



이 작품은 2018년 500여명이 넘는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도착해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배경이다. 
연극 <아라베스크>는 그 난민 심사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난민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그 진실을 파고 들고 판단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난민이라는 사회적 문제 그 이전에 인종과 문화,

국가와 종교가 전혀 다른 이방인, 타인에 대한 우리 속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경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또 우리는 모두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방인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마음에 그어진 경계선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만든다.
또, 현재 지금 동시대에서도 '난민'이 우리와 먼 무관한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 한다.

 

 

 

결국, 난민에 대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서 이야기를 듣기만 했던 관객들에게 판단을 넘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도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관객 되어 보고 들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하기에는 처음부터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난민이라는 민감한 문제는 다루기 어려울 뿐더러 까다롭기까지 하다. 단순히 옳고 그르다를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경계선 안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눈앞에 닥친 상황 이후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난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세 쌍의 눈빛이 의심과 의혹을 하고 있기에, 그저 과정을 보았을 뿐 난민은 알 수 없었다.

 

 

 

아라베스크 : 명사
1. 아라비아 격이라는 뜻으로, 다양성이 있는 문학작품을 이르는 말.
2. 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장식 무늬. 기하학적인 직선 무늬나 덩굴무늬 따위를 교묘하게 배열한 것으로, 벽의 장식이나 공예품 따위에 많이 쓴다.
3. 발레에서,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그 다리에 대하여 뒤로 직각으로 곧게 뻗친 기본 자세.
4. 하나의 악상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전개하는 환상적이고 장식이 많은 악곡. 대개 론도풍(rondo風)의 화려한 곡으로 1839년에 슈만이 그의 작품에 이름을 붙인 것이 시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