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수감자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 중이다.
‘나’를 심문하는 목소리들은 34년 전, ‘나’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묻는다.
‘나’는 담담하게 ‘그’와 함께하게 된 상황과 당시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나이에 법대를 졸업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지닌 나와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와 그가 피로 맺은 계약의 내용은 무엇이며, 그들은 12세 소년을 왜 죽여야 했는가?
가슴을 적시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전대미문의 사건, 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간다.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약한 '그'와 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집착이 강한 '나'의 소유 대결을 그리고 있다.
'나(네이슨)'는 2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에 하버드에 입학 예정인 천재로, 새를 관찰하던 중 '나'와 유일하게 동급의 스펙을 지닌 친구인 '그(리차드)'가 다가와 '나'를 놀래킨다. 이는 자그마치 1년 만의 재회였다. '그'는 '나'와는 반대로 인기가 많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니체의 사상에 빠져 있다. 항상 '그'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나'. '그'는 '나'의 이런 점을 이용해 '나'를 가지고 노는 게 취미이다. '나'는 '그'에게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둘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자고 간청하고 '그'는 '나'에게 같이 방화를 하자고 제안한다.
다음날, '나'가 '그'를 찾아가 범죄 행위를 그만두라고 애원을 하자 '그'는 '나'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나'는 '그'가 하는 일에 무조건 동조하는 대신, '그'는 '나'가 원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것.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계약서에 피로 서명한다. 그 뒤로 그들은 몇 번의 간단한 범죄를 저지른다. 경범죄가 지루해진 '그'는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르기로 한다. 그것도 아동 유괴살인. '나'는 '그'의 계획에 마지못해 따른다. 그들의 살인 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스포츠카로 어린 애를 유인한 다음, 몽둥이로 아이를 때려죽인 뒤 염산으로 얼굴을 녹여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고, 협박 편지를 보내서 유괴한 척하며 돈도 챙길 계획이었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차를 빌리러 나선다.
범죄가 끝난 뒤 '나'는 현장에 안경을 두고 오게 되는데, 하필 그 안경이 시카고시에서 '나'의 것을 포함해 세 개밖에 없는 고급 신상품이라 그들은 단번에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는 '나'에게 경찰서에서 거짓 증언을 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불안해진 '그'는 계약서를 찢고 '나'에게 영원한 절교를 선언한다. 이에 '나'는 홧김에 경찰에 자수해버리고, '그'와 '나'는 둘 다 체포된다. 자신이 사형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는 '나'에게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하며 '나'에게 매달린다. 그들은 변호사 클라랜스 대로우의 최후변론과 나이로 인해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체념하고 있는 '그'와 달리 '나'는 자신들이 한쌍의 새처럼 남은 인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말을 한다. 그러한 '나'를 비웃는 '그'에게 '나'는 자신이 '그'에게 이겼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나'는 그동안 '그'가 몰랐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시종일관 리차드에게 끌려다니는 듯하던 '나'는 이제, '그'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옭아맬 강력한 올가미를 던진다. 나는 안경을 일부러 떨어뜨려 둔 것이었으며, '그'가 먼저 계약서를 찢으며 배신하는 것까지 전부 다 예상하고 있었다. 모두 다 '그'와 함께 있기 위해서 했던 일. '나'의 계획대로 둘은 같은 감방에 있게 되지만, '그'는 후일 샤워실에서 죄수에 의해 칼에 찔려 죽고 만다. '나'에 대한 가석방이 허가되고 '나'는 감옥에서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간다. 전부 다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그'를 잊지 못한 '나'의 앞에, 34년 전의 '그'의 환영이 나타난다.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Stephen Dolginoff)가 대본과 작사, 작곡 모두를 맡았으며 1924년에 일어난 레오폴드-로엡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상류층 자제들의 충격적인 범죄는 당시 미국을 발칵 뒤집는 큰 화제가 되었으며 두 사람은 이후 수많은 영화, 연극, 문학의 소재가 되었다. 유명한 명언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나오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뮤지컬 쓰릴미는 2003년 미국 Outstanding Off Broadway Musical에서 초연되어 작품상을 수상했고 '2006년, 기억할 만한 공연'으로 시카고 뉴스스타에서 선정되었으며 미국 전역의 지역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2007년 한국에서 초연되었다.
무대는 한 대의 피아노와 두 배우로만 구성된다. 두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이 밀도 높게 표현되는 작품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개와 강렬한 반전을 가지고, 탄탄한 선율과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명확한 갈등구조가 돋보이는 극이다. 2인극은 등장인물이 제한적이어서 배우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지만, 덕분에 객석에서는 배우의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을 실컷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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