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작가 조나단 라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삼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19세기 말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과 결핵에 대한 이야기라면 "렌트"는 20세기 말의 미국 뉴욕의 신세대 예술가들과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라 보엠"과 "렌트" 사이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설정, 내용의 전개 양상 등에서 매우 유사한 지점이 여럿 발견된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사랑의 갈등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묘사하고 있는 <렌트>는 에이즈(AIDS), 동성애, 마약중독 등 파격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드라마 위주의 기존 뮤지컬과 달리 록, 탱고, 발라드, 가스펠, R&B 등 9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가 다루어지고 있다.
작가겸 작곡가인 조너선 라슨은 뉴욕 슬럼가에 거주하며 여러 해 전부터 뮤지컬을 제작할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렌트"는 "라보엠"을 원안으로 하고는 있지만, 라슨 본인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AIDS와 마약, 매춘이 공공연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계속 스스로의 예술을 실천하려고 하며, 그럼에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초조함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것을 반영한다. 본인이 AIDS환자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을 AIDS로 잃었던 그의 경험 또한 극 중에 녹아있다. 라슨은 안타깝게도 브로드웨이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대동맥류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배우들의 회고에 따르면 그날 늦은 밤 모여든 배우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가 라슨을 기리는 마음에서 '렌트'에 포함된 한두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린 배우들은 즉석에서 열광적으로 연기와 노래에 몰입했다. 결국 배우들의 의지를 존중하여 다음 날 공연은 강행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당대 브로드웨이를 완전히 휩쓸어 버렸다. 마지막 순간 미미가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는 극의 허구적인 결말과 달리, 라슨은 영영 눈을 뜨지 않음으로써 그의 인생 자체라고 할 만한 "렌트"를 그 자신이 보강했던 것이다. 원작 "라보엠"에서는 결국 미미가 죽는 엔딩을 싫어했던 나머지 조금 억지스럽더라도 자신의 극에서는 미미를 살리는 결정을 했던 라슨이,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써 공연의 감성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결국 그가 남긴 작품 "렌트"는 기적적으로 90년대 브로드웨이를 뒤집어 놓았지만 그는 그 작품의 첫 공연조차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렌트"의 충격은 브로드웨이 자체의 혁신을 불러오지는 못했으며, 이후 브로드웨이는 화려한 '메가 뮤지컬'에 치중하며 점점 쇠락하게 되었고 "렌트"는 '시대를 이끈 영웅'이 아니라 '위대한 반항아'로 남았다.
[제1막] 로저가 기타의 음을 맞추고 있다. 마크는 새로운 다큐멘타리를 만들고자 한다. 로저와 마크의 친구인 톰 콜린스가 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온다. 그러나 아파트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불량배들의 공격을 받아 얻어 맞고 주머니가 털린다. 한편, 로저와 마크는 예전에 친구로서 룸메이트였던 베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런 베니는 얼마전에 로저와 마크가 방 하나에 세들어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과 그 옆에 있는 건물까지 샀다. 베니는 친구인 로저와 마크에게 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무료로 살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 매달 집세를 받아내고 있다. 이날 전화를 건 것도 집세를 내 날짜가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한편, 여자로 분장하고 다니는 게이인 엔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콜린스를 발견하고 일으켜 세운다. 건물의 꼭대기층에 있는 마크와 로저의 아파트이다. 마크는 로저가 밖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에이즈약을 먹을 것을 당부한다. 로저는 자기가 에이즈 때문에 얼마 안 있으면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죽기 전에 정말로 의미있는 훌륭한 노래를 하나만이라도 완성하여 세상에 알리고 싶어한다. 아랫층에 살고 있는 미미가 찾아와 로저에게 촛불에 불을 붙여 달라고 부탁한다. 전기요금을 제 때에 내지 못해서 전기가 끊겨서 촛불을 켜고 지내는 모양이다. 미미는 촛불을 켜면 자꾸 꺼지는 바람에 성냥만 다 없앴다고 하면서 불을 붙이러 온 것이다. 변호사인 조안느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조안느의 부모는 어찌해서 조안느가 무대 일이나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걱정한다. 그러면서 조안느 어머니에 대한 공직자 임명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니 꼭 참석하라고 당부한다. 여장한 엔젤과 콜린스가 간단한 선물을 사들고 들어선다. 이어 집주인인 베니가 등장한다. 베니는 마크와 로저 등이 모린의 항의를 중지시켜 주기만 하면 현재 그가 새로 건설하고 있는 스튜디의 하나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모린은 이른바 행위예술로서 인정머리 없는 베니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저와 마크는 당연한듯 베니의 제안을 거절한다. 베니가 멋적은 듯, 그러면서도 네까지 것들의 도움은 받지 않아도 된다는 투로 방을 나간다. 엔젤과 콜린스는 마크와 로저에게 에이즈 환자들을 돕는 모임인 라이프 서포트(Life Support) 모임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마크는 모린의 아파트에 가서 무엇을 고쳐줄 것이 있다고 하면서 급히 나간다. 그런데 속셈은 모린과 같이 살고 있는 조안느를 만나는데 있다. 조안느는 모린의 새로운 여자친구로서 두 사람은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 마크는 그런 조안느를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조안느와 마크는 모린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멋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얼마 후 마크는 라이프 서포트 그룹의 모임에 늦게나마 참석한다. 한편, 미미는 로저를 유혹하려 한다. 콜린스는 엔젤에게 뉴욕을 떠나 산타페에서 식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잠시 후 콜린스는 남자인줄 알면서도 엔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엔젤도 콜린스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조안느는 마치 다른 사람과 전화를 하면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항의 데모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미미가 마약을 사러가는 것을 본 로저가 미미를 가로막는다. 로저는 데모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하며 그런 후에 친구들과 함께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한다. 미미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장소가 없다고 하면서 항의데모를 시작한다. [이들이 즐겨 찾아가는 공원이 당국에 의해 사용금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린이 나타나 거리에서 행위예술을 선보인다. 모린은 암소와 불독을 표현하여 간접적으로 베니를 비판한다. 불독은 당연히 베니이며 암소는 세들어 살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모린의 행위예술은 모린이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암소처럼 '움메'라고 소리치도록 권유하므로서 피크를 이룬다(Over The Moon). 베니는 자기를 비웃는 것과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비난한다. 베니는 사람들이 집시와 같은 생활을 자축이라도 하는 듯 소란을 떠는 것도 비난한다. 그러면서 보헤미아는 이미 없어졌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마크를 비롯해서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이 베니가 무어라고 지껄이던 자기들은 무엇이든지 사랑하는 집시와 같은 생활이 좋다고 하면서 축배를 든다. 로저와 미미와 친구들이 라이프 카페에서 저녁을 먹는다. 미미는 로저가 저녁을 먹으면서 자기에게 별로 신경을 써주지 않자 기분이 나빠있다. 로저는 미미에게 실은 애인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는 애인이 있으면 있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투이다. 그때 미미가 가지고 있는 호출기가 삐삐 소리를 낸다. 에이즈 약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로저는 미미가 에이즈에 걸려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미미도 로저가 에이즈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안느가 나타나 애비뉴 B의 주민들이 공원사용 금지를 항의하는 시위(실은 폭동)를 어떻게 펼쳤는지 설명한다.
[제2막] Seasons of Love(사랑의 계절)이라는 노래로 시작한다. 인생의 기간들을 어떻게 측정하느냐를 생각케 하는 노래이다. 2막은 1막의 연장에서 오픈된다. 1막은 크리스마스에 즈음한 설정이었으며 2막은 새해 첫날로부터 시작한다. 자칭 보헤미안이라고 하는 일단의 그룹이 새해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관중들은 여러번에 걸친 보이스메일을 통해 마크가 거리의 소요(폭동)를 기록영화로 만들었고 이것이 밤뉴스에 나오자 뉴스영화 제작자인 알렉시 달링이 마크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인다. 베니가 나타나 다른 사람들에게 휴전을 제안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베니를 믿을 수 없다. 과거에도 아파트의 방들을 공짜로 사용하게 하겠다고 해놓고는 월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니는 얘기를 돌려서 옛날에 사귀었던 미미가 자기에게 돌아왔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몹씨 상한 로저가 미미를 비난한다. 엔젤이 나서서 겨우 로저를 진정시킨다. 로저와 미미가 서로 잘못했다고 사과한다. 하지만 미미는 아직 기분이 상해 있다. 미미는 마약을 사러 거리의 판매꾼에게 간다. 모린과 조안느가 크게 다툰다. 계속 이대로라면 아예 관계를 끊겠다며 시한을 정한다.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선다. 사람들은 '사랑의 계절'을 다시 부른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봄이 된다. 로저와 미미는 함께 지내고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한계에 이른 듯 부자연스럽고 긴장되어 있다. 로저는 계속해서 이 거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자고 말한다. 미미는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다. 로저는 미미가 전에 같이 지내던 베니와 다시 관계를 갖는 것으로 믿는다. 어느 날 드디어 로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미미를 밀치고 집을 나가려 한다. 미미가 막아서며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일은 결코 없으며 다만 마약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늦게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던 것이라며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로저의 마음은 이미 굳어 있다. 드디어 로저는 미미를 떠난다. 콜린스는 엔젤을 간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엔젤스는 에이즈가 온 몸에 퍼져 중태에 빠져 있다. 마크는 지금도 계속해서 버즈라인(Buzzline)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 결국, 로저와 미미, 조안느와 모린은 화해를 한다. 비록 화해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었다. 마침내 이들은 다시 갈라선다. 그럴 즈음에 드디어 엔젤이 숨을 거둔다. 콜린스의 상심은 말할 수 없다. 마크는 친구들이 에이즈로 모두 죽고 자기만 남게 된다고 생각하여 두려워한다. 마크는 마침내 버즈라인에서 일하기로 결정한다. 로저는 뉴욕을 떠나 산타페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미미가 자기와 의논도 하지 않고 그런 결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다툰다. 로저와 미미가 다투는 모습을 보고 모린과 조안느도 다시 다툰다. 콜린스가 나타나 엔젤의 장례식 날에 서로 다투기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훈계조로 말한다. 모린과 조안느는 자기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투는 것을 생각하고 화해한다. 미미는 로저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하지만 로저는 얼굴을 돌린다. 로저와 마크는 어떤 영감에서인지 자기들이 바라던 예술성을 찾는다. 즉, 로저는 미미에게서 새로운 노래의 영감을 얻으며 마크는 엔젤에 대한 추억으로 새로운 다큐멘타리 영화를 구상한다. 세월이 흘러 다시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로저는 시간에 맞추어 뉴욕으로 돌아온다. 마크는 버즈라인을 그만두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로저, 미미, 콜린스, 조안느 등의 부모들은 그들의 아이들이 뉴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여러 번에 걸쳐 보이스 메일을 보내지만 대답이 없자 더욱 갑갑해한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된다. 어느덧 쇼가 시작된지 한 해가 지났다. 마크는 영화를 완성하고 이제 시사회를 가질 준비가 다 된다. 로저는 새로운 노래를 완성했지만 미미를 찾을 수 없다. 콜린스가 두 손에 현금을 잔뜩 쥐고 들어온다. 컴퓨터 천재인 콜린스는 편의점마다 있는 현금지급기의 코드를 A-N-G-E-L 로 설정해 놓아서 누구든지 그래도 누르면 현금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때 모린과 조안느가 미미를 데리고 급히 들어온다. 미미는 너무 쇠약해져서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 같다. 미미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로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로저는 미미에게 미미를 위해 작곡한 노래를 들려줄 테니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있으라고 말한다. 언제나 미미를 사랑했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미미는 뮤제타의 월츠가 연주되는 가운데 서서히 죽어간다. 그러더니 마지막 기운을 차려서 저 멀리 빛을 향해 갔지만 천사가 돌아가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한다. 남아 있는 보헤미안들은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서로 모여 마지막 인생을 즐겁게 지내자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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