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고질적인 편견을 깨뜨리는 작품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여자는 …해야 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여자는 착해야 해, 여자는 예뻐야 해, 여자는 날씬해야 해, 여자는 감수성이 예민해야 해, 여자는 한 남자와만 성적 관계를 가져야 해, 여자는 술이나 담배에서 멀어야 해, 여자는 깨끗해야 해, 여자는 살림을 잘 해야 해, 여자는 어떤 난관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야 해, 여자는 아이를 사랑해야 해, 여자는 남자로부터 사랑받아야 해, 여자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여자는 잔병치레가 없어야 해, 여자는 남자와 어른의 말을 잘 들어야 해….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특히나 ‘여자는 착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모든 ‘…해야 해’를 포괄하는 지상명령처럼 군림하고 있다. 여자는 착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우리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 (비록 예쁘지는 않지만) 착하고 튼튼한 젊은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쑥부쟁이. 쑥부쟁이는 매일 깊은 산속을 헤매며 나물을 캐다가 늙어 병든 어머니와 철없는 동생 열 하나를 먹여 살린다. 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동물이나 낯선 사람을 서슴없이 도와준다. 그로써 그녀는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가 돌아온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녀는 착하기 때문에 복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쑥부쟁이가 구해주었던 노루, 혹은 자연 신적인 존재가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녀의 ‘착함’은 정말로 보상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화적 차원의 보상은 곧장 현실의 냉혹함에 의해 좌절된다. 쑥부쟁이는 착하게 살고 싶었고 또 그렇게 살았지만 세계는 그녀에게 ‘복’ 대신 불행을 선물한다. 무엇이 쑥부쟁이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여성에 대한 편견들, 그 편견들을 받아들이는 주체로서의 여성, 그 편견을 이용하는 타자들. 대답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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