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충무 '아빠는 새가 아니다'

clint 2016. 11. 27. 13:33

 

 

 

아내와 딸을 캐나다로 보내놓고 3년째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마흔두살의 "신조류"
생일을 두 달 앞두고 혼자 지내기 싫어 역할 대행 회사 '니맘내맘'에 딸과 아내역을 대신 할 사람을 부탁한다. 딸'다미'역할 대행으로 도착한 '한신애'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까칠하고 반항적이고, 설상가상으로 아내 역할 대행으로 온 '봉삼월'아줌마는 연상에다 촌스럽기까지 해 신조류는 무척 당혹스러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을 붙여 가면서 가족이 없을 때 누리지 못했던 서비스를 받아 가며 즐거워하던 신조류. 어느 날 신애가 학교에서 반장을 때려 말썽을 일으키자 부모가 없던 신애는 신조류와 봉삼월 아줌마에게 당당하게 부모역할을 대신해 줄 것을 요구하며 학교에 출두해 일이 잘 처리되기를 부탁하는데...

 


아빠라는 말은 너무나도 우리 가까이 있는 말이기에 결코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라 공기처럼 오히려 종종 잊고 사는 단어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라는 단어를 마치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유행시키고 있다. 참새 아빠, 펭귄 아빠,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 무슨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도 아닌데 우스꽝스럽게 아빠 앞에 나열돼 있는 조류의 이름들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가슴 아프게 드러내 보인다.
아빠라는 단어가 트렌드가 된 것이 그 아빠라는 단어에 깃든 권위나 존경심에서가 아니라 거꾸로 그 단어 속에 함축되어 있는 가정 붕괴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은 오늘의 아빠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아빠의 책임을 오직 돈에 대한 책임만으로 낙인찍는 사회, 아빠의 권위를 오로지 경제적 권위로만 받아들이는 사회가 과연 행복한 사회일까?
아빠나 엄마라는 말은 결코 트렌드가 될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니다. 그건 우리 마음속에 영구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유행처럼 떴다 가라앉는 단어가 될 수 없는, 언제나 밤하늘에 반짝이며 떠 있는 별빛처럼 아름다운 말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 행복의 도미노 놀이 - 이충무 (건양대공연미디어학과 교수)

길을 지나가다 아름다운 장미꽃을 발견하곤 누군가는 신을 원망하며 이렇게 말한다. ‘신이 있다면 참 잔인도 하지. 저렇게 예쁜 꽃나무에 하필 날카로운 가시를 달아 놓을게 뭐람!’ 똑 같은 길을 지나가다 누군가는 장미꽃을 보면서 이렇게 신에게 감사한다. ‘신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 어떻게 저렇게 삭막한 가시나무에 아름다운 꽃을 매달아 놓을 수 있었을까?’

언젠가 읽었던 글이었지만, ‘아빠는 새가 아니다를 구상하고 써 나가면서 내 마음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우리들 마음속에 아프게 박혀있는 저마다의 가시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혹시 장미나무에서 가시만 보다가 우리도 어느새 하나의 가시가 되어 누군가를 찌르고 상처내고 있는 건 아닐까? 원망과 분노의 가시에 찔린 자는 스스로 또 하나의 가시가 되어 누군가를 찌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꽃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해 진다.

가시가 아니라 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도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 객석에 앉아 계실 소중한 관객 분들, 무더운 여름날 습기와 싸우며 충분히 가시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내 곁에서 여전히 한 송이 꽃으로 나를 지켜 준 손수 배우와 제작진들, 아낌없이 손수를 후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 한결같은 미소로 나를 격려해 주는 나의 아내, 그리고 뜨거운 열정으로 아들의 작품 구석구석에 영감을 불어 넣어 주신 어머님께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그리고, 아버님의 건강도 빨리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순원 '아들과 함께 걷는 길'  (1) 2016.11.28
TV 동화 '행복한 세상'  (0) 2016.11.28
추민주 '쑥부쟁이'  (1) 2016.11.27
박근형 '갑수와 천녀'  (1) 2016.11.27
백민석 "꿈, 퐁텐블로"  (1) 201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