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원종 '에어로빅 보이즈'

clint 2016. 9. 13. 12:39

 

 

 

 

네 명의 뮤지션, 대환웅기승범근호가 20살에 결성, 13년간 공연해 온 데스메탈 밴드 지옥마왕의 사생아들은 홍대 근처 데스메탈 클럽 지구멸망폐업 사정으로 퇴직금을 주는 보스가 34살이 된 그들에게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휘트니스 클럽 홍보를 도와달라고 부탁, 에어로빅 강사인 보스의 딸 여고생 초롱이 홍보 차 에어로빅을 제안, 과격한 의상과 무대 퍼포먼스에서 타이즈를 입고 휘트니스 홍보 차 에어로빅을 배워야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13년간 수족 같던 데스메탈을 할 수 없어 겪는 좌절감 등 30대의 성장 통을 겪으며 현실 세계로 다시 편입하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을 3년 전쯤 구상했다는 최원종 연출은 당시 34살이 되었지만 제자리에서 맴돌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 변신이라는 화두를 갖고 있었고, 아마 연극이 아닌 다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나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의 두려움, 지금 변하지 못하면 영영 변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등을 느끼면서도 그 순간의 감정들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러한 감정이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며 그 변신의 열망과 무력감, 젊음의 시간들과 통증을 그려보고 싶어졌고 그러한 열망으로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데스메탈이라는 음악의 장르와 에어로빅이라는 스포츠의 대비해 발생하는 코믹 요소와 포복절도할 상황들이 온몸을 찢는 듯한 성장 통은 동시대성의 웃음이야기 한다.

남성을 공략한 에어로빅 보이즈는 연극계 소외계층이었던 젊은 남성들이 청년기를 거치며 겪어봤을 듯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90년대 중반까지 청소년 사이에서 즐겨듣던 데스메탈의 자극적인 음악의 세계는 긴 머리헤드뱅잉으로 상징되고 성인이 되고 현실에서 생활인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고 꿈을 위해 가정까지 포기했던 보스의 외동딸 초롱이 어엿한 숙녀로 자라 또 하나의 꿈을 키우며 세대에서 세대로 넘어가는 청장년층의 고민을 담아낸다.

 

 

 

 

[

에어로빅 보이즈]는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멤버들은 홍대 메탈클럽 지구멸망에서의 마지막 공연에 혼신을 다해 노래했다. 가사의 80%이 욕인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모습은 가히 놀랍고 강렬했다. 이후 [에어로빅 보이즈]는 웃음으로 관객의 집중을 이어갔다. 34살에 강제 은퇴 당하면서도 사장이자 영원한 보스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나 휘트니스클럽에서 일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모습 등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 동안 극작가로 활동했던 최원종은 [에어로빅 보이즈]를 통해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적은 소품만을 이용해 무대를 꾸몄고, 빈 공간은 배우들의 호연이 채웠다. 다 큰 어른인 멤버들이 싸우는 장면을 슬로우모션 방식으로 풀어낸 장면이나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진 장면 등에서는 연출가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그러나 작품은 강렬한 소재와 30대에 겪는 청춘의 불안이라는 주제 사이에서 다소 뒤뚱거렸다.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데스메탈과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무거운 주제에 묻혀 극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잃었다.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하면서 차가운 현실을 몰랐던 밴드 멤버들이 겪는 30대의 불안한 성장통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했다.

 

 

 

 

예상과 달리 데스메탈 밴드 멤버들이 에어로빅 선수로 변하는 과정은 갑작스러웠다. 에어로빅 대회를 나가는 과정보다 멤버들이 겪는 뒤 늦은 성장통이 길게 풀어졌다. 보스의 죽음을 경험한 멤버들이 초롱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에어로빅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본격적인 극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장면이 나온 시점은 공연이 끝나기 약 10분 전이었다배우가 무대에서 힘들수록 관객들은 즐거워한다.’는 최원종 연출의 신념이 통했음을 뜻한다. 그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수정보완을 거쳐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거라 믿는다. 그래서 데스메탈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을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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