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진수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

clint 2016. 9. 2. 08:02

 

 

 

극단 민중극장 제4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품

1980.10.15-21 (4/730) 국립극장 소극장

 

 

서언

이 연극은 재수생의 문제를 그들 자신의 언어와 몸짓을 빌려 그들의 고뇌와 아픔을 통해 그려보고자 한 시도인데 미리 짜인 극본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집단 창작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나간다. 따라서 이 대본은 기본적인 방향과 구상만을 담은 것일 뿐 공연의 최종적인 모습은 연습과정에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임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공연의 의의

1. 이 연극은 우리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어 있는 재수생의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時事性을 띈 연극이다. 이 연극을 통해서 들어내 보여주고자 하는 요점은 하나뿐이다. 재수생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그것의 사회적이 여파를 생각하는 것만큼 재수생 자신들의 내부를 진지하게 보려하지 않았다.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을 보려한 것이 이 연극의 목적인데 그 핵심은 이것이다. 재수생은 아직 그들의 인생에 대하여 책임질만한 사회적 위치에 도달해 있지 못한 未成年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미성년"임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이들의 비뚤어진 행태를 비뚤어진 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2. 이 연극이 이상과 같은 뜻에서 기성인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지니지만 한편 재수생 및 비슷한 연령층의 관객들에게는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치유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사이코드라마"인 연극이기도 한데 이미 75년도에 <서울예전>의 연극과 학생들을 상대로 성공적인 실험을 거친 바 있다.

3. 끝으로 이 연극은 연극의 형식에 대한 하나의 실험적 의도도 담겨있다. 기성 희곡작가에 의해 쓰여 진 작품을 무대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참가자 전원의 집단창작에 의하여 연습과정에서 부터 만들어져 나가는 연극이라는 뜻에서 흥미 있는 실험이 되리라고 믿는다. 극 형식도 일관된 줄거리나 등장인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즉흥성에 토대를 두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