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해설
1962년에 쓰인 작품으로 1965년 초연에 이어 1966년에는 장 루이 바로 연출로 오데옹극장에서 공연된 단막극.
「대머리 여가수」, 「수업」 등 그의 일련의 단막극들이 그 내용은 물론 형식면에서도 인간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혼란과 조롱 속에서 반연극적으로 표출시틴 데 반해, 「결함」은 인간의 욕망과 허위의식의 고발이라는 극히 보편적인 주제를 이오네스코 적인 기교와 수법으로 확대시킨 소극(笑劇)이다. 관객은 누구나 이 짤막한 소극에서 ‘우리를 닮은 우리의 모습’을 쉽게 알아차리고 고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유치원 졸업증부터 학사 졸업증에 명예 박사증까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별의별 ‘증’에 목숨을 건다. 학력만을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증’ 하나면 뭐든지 오케이니, 돈으로 학위와 증명서 따위를 사려고 발버둥치는 세상이다.
[결함]에서는 실력은 형편없지만 명예욕만 가득한 아카데미 회원이 나온다. 노벨상을 3번이나 수상하고, 명문 대학에서 박사를 딴 그가 예비고사에 낙방한다. 그것도 수학 0점, 라틴어 0점, 작문은 2500점 만점에 겨우 900점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결함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친구가 답안지를 직접 들고 와서 결과를 보여주지만 은폐하기 위해 찢어버린다. 시험을 무효화하기 위해 친분이 있던 장관에게 전화하지만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만다. “속 빈 강정”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전형적인 인물. 부인과 친구가 망신을 주는데도 “명예의 회원”만을 외쳐대는 그를 보면서 웃음이 튀어 나온다. 그러나 웃긴 상황에서 배우들은 더 진지해진다. 상황과 맞지 않는 엉뚱한 연기로 인해 관객들은 더 크게 웃게 된다. 하지만 코미디를 보고도 참담함을 느끼는 이유. 그것은 바로 부조리한 우리 사회상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부조리극은 정확한 현실 세태를 제시한다. 이 작품에는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일그러진 현실을 직시하는 일은 괴롭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부조리극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결함‘ 1963년 발표되었다. 1959년 ’살인자‘와 ’코뿔소‘, 1962년 ’공중보행자‘와 ’왕은 죽어가다‘ 등 4편의 베랑제 연작을 완성한 후이므로 극작술이 절정에 달했을 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초기 작풍과 달리 상당히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 물론 그렇다고 황당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아카데미 회원이 예비고사 합격증이 없어 명예를 회복하고자 시험에 응하나 불합격하여 모든 지위와 명예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학력 위조를 필두로 온갖 비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심지어 과도하게 가시적 현실을 담아 부조리극으로서의 자격마저 의심하게 된다. 부조리극의 핵심은 엄연한 현실이건만 인간들이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쉽게 인간들이 현실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리는 상황은 부조리극보다는 현실고발 극에 알맞다 하겠다.
그렇지만 이오네스코는 예의 희극 성으로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고 있으니 웃으면 웃을수록 결국 자기 얼굴을 보며 비웃은 꼴이 되는, 즉 웃을수록 비극이 되는 부조리극의 전형적 메커니즘은 확실하게 가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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