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정의신 '아시아 온천'

clint 2016. 1. 10. 18:57

 

 

 

동경 신국립극장, 한국 국립극단, 예술의 전당이 공동 제작한 <아시아 온천>은 
2013년 5월 10일 일본에서 초연되었다. 
양국 정상의 작가와 연출가의 만남으로, 한국적 흥(興)과 에너지, 일본의 정교함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열린 연극을 만들어 냈다. 
가족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은 국경을 초월한 화두이다. 
아시아 어느 섬나라의 '온천'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시아 온천>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넘어선 보편적인 '우리네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아시아 온천>의 배경은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섬이다. 이 섬에 온천이 솟아오르리라는 소문과 함께 리조트 호텔을 들어서게 될 전망이기에, 외지에서 이 섬으로 찾아드는 사람이 증가한다. 환경파괴를 염려하는 섬사람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원래 땅 소유자의 미망인과 현 거주자인 사탕수수 농장주 간의 소유권 다툼으로 등기부를 내보이기도 하면서, 과거 두 사람이 서로 불륜의 상대였고, 거기에서 태어난 아들은 후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충격으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으나, 자살한 사람을 섬에 묻을 수 없다는 풍습 때문에 묘에 안장을 못했다는 사연과 함께, 미망인과 농장주 두 사람은 앙숙이 되어 현재에 이른 상태라는 것이 알려진다. 농장주의 부인은 자살 사건직후 말을 않고 벙어리처럼 지낸다. 투기를 목적으로 섬사람이 나서는가 하면, 온천을 개발하려는 삽질이 시작되고, 무더위 속에 리어카 행상 부부와 외지인 형제가 찾아오고, 섬사람들과 외지 사람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도 농장주의 딸과 외지인 형제의 아우가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그러나 농장주의 반대와 섬사람들의 방해로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남자는 실수로 칼을 심장에 꽂게 되고, 여자는 남자의 뒤를 따라 자살한다. 죽은 청년의 형이 찾아와 아우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 들고, 농장주가 살해한 것이라 주장한다. 농장주가 양심의 가책으로 죽이지도 않은 사실을 죽인 것으로 고백을 하니, 죽은 청년의 형이 농장주를 두드려 패기 시작한다. 그 때 벙어리처럼 보이던 농장주의 부인이 때리지 말라고 외치며, 형을 가로 막는다. 이 광경을 지켜본 미망인은 자신의 아들처럼 농장주의 딸 역시 자살을 한 것을 알고는 등기부를 내던지고, 아들의 유골을 들고 섬에서 떠난다. 대단원에서 죽은 남녀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이 벌어지고, 섬의 금기사항이었던 자살자의 무덤을, 두 사람을 위해서만은 예외로 묘를 만들어 합장을 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드라마는 한일의 색깔을 최대한 죽이고, 이를 보편적인 이야기로 살리는 데 주력한다. 섬에 외지인이 등장하고, 이를 내쫓으려 하는 등의 문제가 자칫 양국의 예민한 역사적 문제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극의 등장인물들은 외지인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두더지, 거북이, 까마귀, 토끼 등 동물 이름을 쓴다. 어제도라는 섬 명칭과 제목에 담긴 ‘아시아’라는 단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 극에 등장하는 세계가 허구임과 동시에 한일이 아닌 아시아 전역에서 그려질 수 있는 드라마임을 암시한다.

이 연극이 다루는 것은 희로애락으로 얼룩진 인간사(史)이며, 그중에서도 강조되는 가치가 바로 가족애다. 대지와 그의 과거 연인, 현재 아내의 관계는 중년 남녀의 애증을 대변한다.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 했기에 어떤 잘못을 해도 나의 편을 들어줄 든든한 존재지만, 동시에 긴 시간 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고통의 근원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수십 년을 사는 동안 상대에게 기쁨이기만 한 관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상반된 성격의 형제인 카케루와 아유무, 고집 센 대지와 그의 딸 종달이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존재는 ‘나’의 삶의 이유이자 동시에 좌절의 씨앗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온천]의 메시지는 남녀노소, 국적을 뛰어넘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단, 땅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공동체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주민들의 행동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민들의 공감요소가 더 크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