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아가다 크리스티 여사의<쥐덫>만큼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세계의 여러 곳에서 공연된 작품도 없을 것이다. 1952년 11월 25일 영국 런던의 '앰배서더'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그 후 장소를 옮겨 '성 마틴스' 극장에서 계속 공연되고 있으며 22개국어로 번역되어 41개국에서 공연되었고 국내에서도 1973년 5월 '제3무대'의 창립 공연으로 구 국극장에서 정운 연출로 초연된 이래 1976년 연극회관 공연을 거쳐 이번에 다시 쎄실극장에서 세번째 재공연되었으며 그때마다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원명이<세마리의 눈먼 생쥐>인 이<쥐덫>은 아가다 크리스티 여사가 직접 각색한 희곡으로 여사의 다른 추리소설 들에서도 볼 수 있는 특정인의 의외성의 효과를 최대한도로 살린 작품으로 짜임새 있는 극적 요소와 기발한 착상, 독자적인 트릭, 단정한 문체 등으로 이미 고전의 자리를 확고히 차지한 여사의 대표 희곡으로 정평되어 있다.

폭설로 교통이 마비된 어느 겨울날. 한 여인숙에 손님들이 찾아들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인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라디오에서 발표된 살인 용의자는 검은색 털외투와 털모자 그리고 머플러를
두른 마치 이 여인숙의 남자주인의 용모와 흡사한 사람으로 발표된다.
결국 형사의 추측대로 또 한 여자가 이 여인숙에서 살해되고
세번째 피살자는 누구인가 하는 긴장감이 돌게 되는데---
이처럼 폐쇄된 상황을 설정하여 사건의 용의자를 미리 노출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추리력을 상상케 함으로써 극적 긴장과 쾌감을 만끽하도록 유도해가는데
결국에 가서 결말은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기상천외의 수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바로 형사로 알고 있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나타나며
또 손님으로 등장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까지 품게 했던
평범한 신사가 형사로 노출되는 것이다.

1891년 영국 남잉글랜드 휴양지 토오케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가다 크리스티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관계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의 교육으로 성장하였으며 한때 성악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1년간 빠리에서 음악수업을 했으나 성량이 부족함을 알고 작가로 전향하였었다. 1914년 23세 때 육군장교인 아치볼드 크리스티라는 육군대령과 결혼했으나 실패하고 1930년 중동지방을 여행하는 동안 알게 된 고고학자 맥스 맬로우먼과 재혼하여 금년 1월 19일 85세로 운명할 때까지 6개의 소설과 17편의 희곡, 9권의 단편집과 총 83권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책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 그녀는 작품으로 벌어들인 많은 수입금을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쥐덫>의 독점권을 당시 8세였던(지금은 32세) 그녀의 유일한 손자 매듀 프리차드에게 준 사실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아 있으며 이제는 백만장자가 된 프리차드의 자녀들이 할머니의 연극을 보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외에 그녀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칼내해변의 살인>은<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살인>이란 이름으로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최근 외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크리스티여사가 끝내 밝히지 않고 타계한 생전의 11일간의 미스터리를 극화한<아가다>가 곧 영화화되리라고 하는데 주연은 더스틴 호프만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양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범인이 누구인가를 제발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즉, 그것을 알면 손님이 안 온다는 뜻- 조우크로 만장의 폭소 속에서 막이 내리는데 지난 25년 동안에 출연한 배우가 1백 34명, 연출은 7명이 바뀌었다. 재작년 24주년 공연의 해에 85세의 나이로 별세한 '크리스티'여사는 애당초 모든 로열티를 당시 9세의 손자에게 주기로 했는데 올해 35세가 된 손자 '프리차드'씨는 뜻하지 않게 백만장자가 되었고 이제는 그의 자녀들이 증조 할머니의 연극을 보러 오게 되었다.<쥐덫>이 괴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끌 것인가 하는 것이 오히려 '추리'의 대상이 될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세계 최장의 롱런의 원인을 제각기 풀이하고 있다. 이 공연 극장의 좌석이 4백50석 밖에 안되어 한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고 또 이 연극은 이제는 관광의 한 코스가 되어 주로 외국 관광객들로 인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도 있고 영국사람들은 원래가 탐정 추리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가 하면 이 연극의 매니저가 흥행의 명수로 매스컴을 잘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연극들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쥐덫>만이 불사조같은 까닭을 속시원하게 추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1978년 어느 기사에서 발췌.

최근 영미 문학계에서는 이른바 '크리스티 미스터리'를 분석하는 것이 일종의 붐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티 미스터리'란 지난해 1월에 사망한 세계 최다작 추리소설 작가 아가다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 소설들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많이 읽혔으며 그는 어떻게 그 많은 작품들을 썼는가 하는 문제이다. 크리스티는 85세로 사망할 때까지 1백여개의 추리소설을 남겼고 그중 80개 이상의 작품은 수백만권씩 팔리는 베스트셀러였고 그의 작품은 현재 1백개 국어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한 그의 추리소설에 입각해서 만든 영화<오리엔트 특급열차>는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냈고, 연극 <쥐덫>은 런던에서 25년간이나 연속 공연돼 연극 사상의 모든 기록을 경신했을 정도다. 크리스티의 이같은 인기와 성공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라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노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최근 영국과 미국의 남녀문학가 13명이 공동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그녀의 적수였던 이들 13명의 범죄 추리소설 작가들과 비평가들은 공동으로 그녀의 비밀을 풀기 위한 시도로서 새 책을 펴냈다. 엠마, 라덴 줄리안, 사이몬스 등의 탐정소설가, G.C.트레윈 필립, 젠킨슨 등의 비평가, 그의 편집자로 영국의 범죄소설 작가인 H.R.F.키팅 등이 공동 저술로 <아가다 크리스티, 범죄물의 여왕>을 발간한 것. 그들은 크리스티 수수께끼를 여러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이몬스는 그녀의 복합요소를 분석하고, 키팅은 그녀의 단순성, 세라아 프램린은 모든 사람들에 널리 알려진 크리스티 작품의 재검토, 그리고 도로티 휴즈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크리스티 작품들을 연구했다. 또한 크리스티 작품의 유명한 두 주인공 미스 마플과 허클포이로트에 대한 분석, 그밖에 그녀의 영화, 연극 , 그녀가 소설에서 다룬 미술, 음악, 심지어 그녀 작품의 천문학적인 매상고 등까지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저자들도 결국엔 아가다 크리스티의 미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숙한 영국 부인으로서 학자인 그녀의 남편에게 차를 따르는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머릿속에 범죄극을 구상하고 있던 크리스티에 대해 키팅은 한숨을 푹 내리쉰다. 그는 빅토리아시대의 황금기가 저물어 가던 무렵 영국인 어머니와 부유한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집에서 교육받고 자라 24세 때 아치볼드 크리스티와 결혼했다. 남편은 1차대전으로 금방 전장으로 나갔고 1919년 첫딸을 낳고 그 다음해 첫 작품<스타일즈에서의 비밀 사건>이 나와 2천부가 팔렸다. 1926년 그녀는 갑자기 증발했다. 3주 동안의 증발사건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사건에 대해 보도기관은 크게 떠들어 이는 크리스티에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아주 싫어하게 된 것.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고 또한 거의 한번도 인터뷰조차 안 응했다. 첫번째 남편 크리스티와 이혼하고 고고학적 업적으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맥스 맬로완과 결혼, 나중에 그의 중동지방의 고고학 탐사때는 동반하기도 했다. 그녀는 전형적인 현숙한 영국 부인이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살인에 관한 생각이 항상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영국의 중류층 부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독약의 작용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살인의 동기와 방법에 예리한 관심을 지닌 평범한 주부 이상의 인물이었다고 사이몬스는 책에 쓰고 있다. 각 측면에서 실마리를 잡으려 시도했지만 아직도 '어떻게 크리스티 작품이 성경과 세익스피어 버금가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는 어쩌면 그녀 자신의 자서전에서 드러날지도 모른다. 15년만에 완성된 그녀의 자서전은 11월에 출간될 예정으로 이 책의 편집인은 "정말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녀가 만들어 낸 모든 범죄 추리 작품들 만큼 그녀 자신의 모습도 가장 신비의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게오르그 뷔히너 '레옹세와 레나' (1) | 2016.01.09 |
|---|---|
| 이오네스코 작 '대머리여가수' (1) | 2016.01.08 |
| F. 뒤렌마트 '미시시피氏의 결혼' (1) | 2016.01.08 |
| 피터 셰퍼 '블랙코메디' (1) | 2016.01.08 |
| 소포클레스, 장아누이 '안티고네' (2) | 2016.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