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부제는 ‘어떤 2막의 사적(私的) 회담과 진혼가(鎭魂歌)’이다.
1949년 발표했고 동년 초연한 이래 2년간 계속 상연되었으며, 퓰리처상․연극비평가상․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3대 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 연극계 최대 걸작의 하나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엿볼 수 있으며, 주인공의 죽음을 건 최후의 자기 주장은 감동적이다. 늙고, 피로에 지친 그의 뇌리에 쉴새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장면을 현실과 교착시켜 무대에 표현하는 극작술은 독창적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인간이 교환가치 이상이 될 수 없는 자본주의의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품이 발표된 해는 1949년인데 작중 현실은 작품이 씌어진 시기를 그대로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20세기 자본주의를 전도한 미국이라는 산업국가에서 월리 로먼이라는 한 인물의 부침이 이 희곡의 기둥 줄거리가 되어 있다. 월리 로먼은 세일즈맨이다. 말그대로 물건을 파는 사람이다. 월리 로먼도 한때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그리고 대량 폐기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불어넣어준 꿈이었다. 생산과 소비를 매개하는 단계는 유통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세일즈맨이다. 그러므로 세일즈맨은 자본주의의 기름이요, 톱니바퀴다. 그런 점에서 한평생을 세일즈맨에 투신하기로 한 월리 로먼의 선택은 타당했다. 그러나 월리 로먼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인간은 다쓰면 또 갈고 마모되면 새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름이나 톱니바퀴가 아니란 점이다. 그건 단순히 기능의 관점이나 효용의 관점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기능이나 효용이 다 됐다고 인간이 가차없이 버려질 수 있는 현실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거부당하는 현실이다. 월리 로먼은 자신의 인생 끝에서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죽으라고 일을 해왔지만 남은 것은 없다. 아니. 있기는 있다. 35년 간 세를 부어 온 낡은 집이다 그러나 잃은 것은 너무나 많다. 아내나 아들들 사이의 애정이나 신뢰가 깨졌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특히 큰아들 비프의 좌절이 자신의 불륜을 본 그시번부터라는 게 더욱더 로먼을 옥죄는데 로먼은 잊고 싶은 과거일 뿐이다. 결말 부분에서 월리 로먼이 자살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야 보험금을 아내나 자식들이 타게 하는 것이지만, 결국 자신을 상실한 인간의 필연적인 종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 로만은 63세의 세일즈맨이다. 그는 원래 전원생활과 노동을 좋아했지만, 크게 성공해 보겠다는 꿈을 안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근면하게 일하면 언젠가는 자기의 사업체도 갖고, 전화 한 통으로 전국적인 거래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것이 비로 미국 ― 만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성공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나라였다.
그에게는 가정적인 좋은 아내 린다가 있고, 월부로 구입했지만, 언젠가 자신의 소유가 될 집 한 채가 있었으며, 미래의 희망인 두 아들이 있었기에 그는 아주 행복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로만의 미래 설계는 차츰 무너져 갔다. 그의 수입은 점점 줄어들었고, 게다가 30년 이상 근무한 회사는 그를 해고시켜버렸으며, 그의 희망이었던 아들들마저 빗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대에 배반당했다는 쓸쓸함, 늙은 육신에서 오는 피곤함과 절망감,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회한은 그를 광인(狂人)으로 이끌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좋았던 시절인 과거의 환영(幻影)과 현재의 힘든 생활이 복잡하게 뒤섞여 점점 더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궁지에 몰린 그는 장남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고 매일 다투어온 비프와 화해하던 날 밤에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고 나가 자살해 버린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나온 보험금으로 집의 마지막 할부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장례식 날, 린다는 그토록 원했던 집도 갖게 되었지만, 이제 그 집에는 아무도 살 사람이 없다고 울부짖는다.』
미국의 어느 저명한 프로듀서는 연출가 엘리아 카잔이 이 작품의 대본을 가져왔을 때,
"이렇게 어둡고 비극적인 노인의 이야기는 상연하기에 적당하지 않아요."
라면서 거부했다고 하는데, 후에 대성공을 거두자, "대어(大魚)를 놓쳤다." 면서 후회했다고 한다.
주인공 윌리 로만은 막이 열리면서 견본품이 든 무거운 가방을 양 손에 든 채 귀가한다. 그의 처진 어깨에서는 힘든 생활에서 오는 피로가 풍긴다. 그러나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가에 대해 이 극은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이는 작가의 의도로 월리 로만이 팔고 있었던 것이 스타킹이나 액세서리 같은 특정 상품이 아니고 세일즈맨 자신이었음을 상징한다. 결국 로만은 자기 자신을 조금씩 팔아넘기며 사라져 간 것이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판다’라는 것은 세일즈맨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현실과의 괴리, 부자간의 사랑을 담으면서 회상 형식의 극작법을 이용해 현대인의 불안을 강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