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캐롤라이나 산속 깊은 곳, 밀주업자 루크의 허름한 오두막다. 루크가 혼자 있는 집에
그를 체포하러 온 세무공무원이 총을 겨누며 들이닥친다. 세무공무원은 루크가 불법으로
술을 빚는 '문샤이너'라는 사실을 이미 알았으며, 마침내 그를 잡았다는 사실에 승리감을
느낀다. 루크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따르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오두막에
단둘이 남게 된 두 사람. 세무 공무원은 거친 산골 사람인 루크를 경계하지만, 루크는
오히려 덤덤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그에게 말을 건넨다. 루크는 세무 공무원에게 이곳
산속에서 밀주업자를 잡아가려다가는 목숨을 잃기 십상이라며 은근한 경고를 한다.
세무공무원은 법의 엄중함을 내세우며 자신은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팽팽하게 맞선다.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루크는 자신의 가문인 '헤이지(Hazy) 家'의 오랜 전통과 규율에
대해 말한다. 헤이지 가문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가문의 일원을 체포하려는
외지인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 잔혹한 성정을 지녔단다. 루크는 세무 공무원에게
"당신이 나를 데리고 이 산을 내려가려 한다면, 내 동료들과 친척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당신을 쏴 죽일 것"이라며 위험을 경고한다. 세무원은 처음에는 이를 허풍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루크의 너무나 진지하고 태연한 태도에 점점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법을 집행하러 온 승리자가 아니라, 오히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 사냥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루크는 한술 더 떠서, 만약 세무공무원이 살아서 이 산을 나가고
싶다면 자신을 체포하지 않고 그냥 풀어주거나, 아니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라며 은밀하게 탈출구를 제시한다. 결국 극심한 공포와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세무공무원은 루크의 체포를 포기하고, 오두막을 뛰쳐나와 산 아래로 황급히 도망친다.
사실 루크가 말했던 무시무시한 가문의 복수나 길목을 지킨다는 동료들은 전부 그를 쫓아
내기 위해 즉석에서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루크가 홀가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신의
밀주 업무로 돌아간다.

<달빛>(Moonshine)은 미국의 유명 극장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아서 홉킨스가 1918년에
발표한 단막극(One-act play)이다.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를 앞두고 쓰인 이 작품은
노스캐롤라이나 산속의 외딴 오두막을 배경으로 밀주업자와 그를 잡으려는 세무 공무원
사이의 팽팽한 심리전을 그리고 있다.
물리적인 폭력이나 총격전 없이, 오직 '말의 힘'과 심리적 유도만으로 총을 든 공무원을
제압하는 밀주업자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관객 역시 루크의 이야기에 몰입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것이 완벽한 사기극이었음을 알게 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당시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금주법 문제를 위트 있고 날카롭게 다루어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아서 홉킨스(1878~1950)는 20세기 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존경받던 대표적인 연극
감독이자 프로듀서다. 유진 오닐, 엘머 라이스 등 미국 표현주의 극작가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미국 현대 연극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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