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기쿠치 칸 '아버지 돌아오다'

clint 2026. 7. 28. 17:39

 

 

메이지 40년 경의 어느 날, 도쿄에서 자수성가하여 보통 공무원을 앞둔 장남 겐이치로,
학교 교사 차남 '신지로'와 여동생 '오타네'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20년 전 집안을 파탄 내고 처자식을 버렸던 아버지가 늙고 비참한 노인이 되어 불쑥 
찾아온다. 장남은 고생한 어머니와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치고는 너무 뻔뻔한 태도에 
극심한 증오와 반감을 드러낸다. 반면 둘째아들과 여동생과 어머니는 불쌍한 처지의 
아버지를 감싸려 한다. 겐이치로는 아버지를 향해 차가운 독설을 내뱉으며 쫓아내려 하고, 

결국 아버지는 다시 집을 떠난다. 하지만 뒤늦게 겐이치로가 아버지를 동생들과 찾으러

나가면서 막이 내린다.

 



이 희곡은 사실주의 단막극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른다. 
도입부에서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가정의 일상이 제시되며, 
둘째 아들이 '아버지를 보았다는 소문'을 전하면서 갈등의 긴장이 형성된다. 
이어 실제로 아버지가 귀환함으로써 가족구성원 각자의 상이한 반응이 드러나고, 
큰아들 겐이치로의 강한 거부를 통해 갈등은 절정에 이른다. 결말에서 아버지는 
다시 집을 떠나고, 뒤늦게 마음이 흔들린 겐이치로가 그를 뒤쫓지만 이미 사라진 뒤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완전한 화해 대신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와 관계의 충돌에 초점을 두는 사실주의 
연극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인물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갈등이 전개 된다.
겐이치로는 가족을 책임져온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귀환을 가장 강하게 거부하는 인물이다. 

그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가족을 지켜온 삶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윤리적 
태도에 가깝다. 반면 둘째 아들 신지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만큼 감정보다는 
도덕적 의무의 관점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한다. 어머니 오타카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버지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가족을 관계적 공동체로 
이해 하는 인물이다. 막내딸 오타네는 적극적으로 갈등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침묵과 
눈물을 통해 가족이 겪어온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한편 아버지 소타로는 전통적 권위를 지닌 가장이 아니라, 실패와 몰락을 경험한 채 
돌아온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과거 유랑극단을 이끌었던 인물이지만, 이제는 가족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타자로 서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인물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본질을 질문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과거의 선택은 현재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에 놓인다. 또한 동일한 사건이 가족 구성원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기억의 상대성과 감정의 비대칭성을 함께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용서의 가능성을 단정하지 않는다. 화해는 완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불완전성이 관객에게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형태로 남는다.

 



1917년에 발표된 기쿠치 칸(菊池寛)의 단막 희곡 <아버지 돌아오다>(父帰る)는  일본 
신극(新劇) 운동 시기 큰 찬사를 받으며 기쿠치 칸을 극작가로서 명실상부한 반열에 
올렸고, 일제강점기 조선에도 번안· 공연된 작품이다
개인주의와 육친의 정(情)의 갈등, 그리고 도덕적 심판과 용서라는 문제를 작가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내리지 않고, 과연 인간이 타인을 온전히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동명 단편영화로 제작 개봉(195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