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61

기국서 총구성 '지피족들'

지하철역에서 영화촬영을 한다. 떠돌이 낭인들과 영화의 엑스트라들이 모여 있다. 감독의 인질극장면을 연출하는데 좀더 자극적으로 만들려고 반복 연습한다. 감독은 권위주의적이고 야비하며 즉흥적이다. 엑스트라들은 촬영을 기다리며 잡담하는데 각기 그들의 과거가 내려진다. 이 영화는 폭력 씬 강간 섹스 씬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코믹해 진다. 한 제빵인이 계속 불온한 빵만 만들어 빵 심사장에 보낸다. 빵 심사에 통과해야 빵을 팔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그 사람은 생활에 쫓기면서도 고집스럽게 감동 줄 수 있는 빵 만들기에 골몰한다. 심사위원들은 대중의 입맛만을 고집한 나머지 독특한 방을 소외시킨다. 그러다가 심사위원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빵의 전통을 따지다가 문득 떡..

한국희곡 2023.11.11

김지훈 '원전유서'

〈원전유서〉는 쓰레기 매립지 위에서 살아가는 주소 없는 사람들 각자의 삶의 모습이다. 여기는 제도권 밖에 존재하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 버려진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의 논리와 결별한,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지녔다. 넝마주이 노인이 달관의 철학을 논하고 쓰레기 산에서 내려온 청년이 엉뚱한 논리를 무기로 기득권에게 새로운 형태의 토지를 요구하며 집 없고 땅 없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매일 같이 여자와 아이를 학대하는 남자 매일 매를 맞아도 묵묵히 텃밭을 일구는 여자 매일 울음을 연습하는 여자아이, 매일 매 맞고 쫓겨나지만 공부를 멈추지 않는 사내아이, 버려진 종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도를 구하는 할멈, 따발총처럼 말을 쏘면서 회한을 달래는 여자, 쓰레기더미 속에 버려졌지만 끈질기게..

한국희곡 2023.11.10

C. W. 니콜 '바람을 본 소년'

『바람을 본 소년』은 자연과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주인공. 주인공이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주인공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합리성과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포기해버린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파괴와 폭력의 무의미와 부당성을 역설한다. 또한 평화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지 깨닫게 한다. 『바람을 본 소년』에 등장하는 독재자 브라닉은 소설 속에서 형상화된 또 하나의 히틀러다. 브래닉의 ‘신 황금용 제국’은 히틀러의 ‘제3제국’이며, 브래닉의 인종관은 히틀러의 바로 그것이다. 세계를 지배하..

외국희곡 2023.11.10

김승옥 '무진 기행'

무진에서의 2박3일… 윤희중은 오래만에 고향인 무진으로 내려간다. 무진은 안개가 많고 특징이 별로 없는 조그마한 항구도시이다. 그가 고향에 가게 될 때에는 항상 무엇엔가 쫓기며 갈등할 때나 현실에서 좌절했을 때였다. 이번에도 처가에서 운영하는 제약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전무로 선출되기 위해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오는 길이다. 서른세 살의 나는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을 하여 얼마 후 제약 회사 전무가 될 예정이다. 모든 일은 장인과 처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나에게 무진은 어머니의 산소가 있고 또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밤에 중학 동창으로 세무서장이 되어 있는 '조씨'와,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후배 박 선생과, 같은 학교 음악 선생인 하인숙과 술자리를 같이 한다. 술자리에서 가..

한국희곡 2023.11.09

장현량 '안녕! 내 친구'

중국의 어느 현립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당국의 철저한 지도방침에 따라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를 절대 금하는 학칙을 준수한다. 그러던 어느 날 3학년 교실에서 자율학습 도중에 한 남학생이 서은화라는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로 남학생은 퇴학당하고 서은화는 큰 충격을 받지만 다른 학생들은 호기심에 찬 시선만을 던질 뿐이었다. 서은화는 그 충격을 지우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성적 호기심에 빠지게 되고 결국은 자살하고 만다. 그동안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청소년들의 학창생활과 고뇌 등 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단 가교는 중국의 인기작가 장현량 작 「안녕! 내 친구」를 각색, 「조숙한 계집애들」이란 제목으로 공연했다. 원작소설 「 안녕! 내 친구」는 중국내에서 ..

외국희곡 2023.11.09

폴커 루드비히 '우리는 친구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 겁쟁이가 되어버린 민호는 혼자서는 잠을 자지 않으려 하고, 민호 엄마는 이런 민호를 재우려고 애를 쓴다. 주말에 외가에 갔던 활달하고 영악한 동생 ‘슬기’가 돌아오자 민호는 슬기와 이층침대의 위 아래칸을 두고 서로 자겠다고 툭탁거린다. 민호와 슬기는 놀이터에서 학원을 빼먹고 장난감 총을 가지고 혼자 놀고 있는 뭉치와 마주친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 보이는 뭉치가 총으로 위협하자 민호와 슬기는 합세하여 뭉치를 놀린 후 집으로 도망쳐 온다. 편찮으신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엄마가 외출을 하자 겁에 질린 민호와 슬기는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형- 곰돌이와 사우루스에게서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뭉치의 장난감 총이 부러웠던 민호는 놀이터에서 뭉치를 다시 만나자 자신의 자전거와..

외국희곡 2023.11.08

소피 카타라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원제 MEURTRE D'UN SERIN 여성적 안목과 필치로 주제를 포착하여 현대 여성들의 애정윤리와 심리 세계를 예리하게 그려 주고 있다. 사빈, 아가트와 헬레나는 서로 친한 사이이다. 세 친구는 꽤 멋쟁이 바람둥이인 줄리앙과 서로 얽히게 되면서 친구들과 불화, 오해가 쌓이는데 결국은 줄리앙의 여성편력에 문제가 있다고 한 여자들이 그를 제거하기로 결정하며 상황이 복잡해진다.. Faibles femmes(약한여자) 라는 제목으로 알랑드롱이 주연 영화화도 되었다. (1959) 한국에서는 1985. 6.14//엘칸토 예술극장에서 극단 부활이 공연함. 집안도 좋고 돈도 많고 얼굴도 잘 생긴 남자 줄리앙은 여자 킬러다. 미소와 눈짓 하나만으로도 모든 여자가 넘어올 정도로 축복받은 얼굴을 지닌 줄리앙은 양다리도 ..

외국희곡 2023.11.08

강은실 '황금 연못으로 가는 길'

은 6.25의 상처를 아직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금순과 기수 그리고 치매에 걸린 금순의 부양을 둘러싼 가족 개개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진숙은 5년이 넘도록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금순)와 집안일에 무심한 시아버지(기수), 퉁명스런 남편(영민) 사춘기의 자녀들과 함께 사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이다. 영민은 원래 차남이지만 미국으로 이민간 장남(영훈)을 대신해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은 살림이지만 진숙은 정성껏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간다. 그러나 금순의 노망은 점점 심해가고 아이들조차 이런 조부모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쪼들리는 살림과 시어머니에 대한 간호 때문에 자유시간 한번 가져본 적 없는 진숙의 불만은 커져간다. 한편, 두 아이들의 시험 공부 때문에 별장에 가 있게..

한국희곡 2023.11.07

오태영 '부활 그 다음'

작은 방에서는 굶어 죽어갈 정도로 가난하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는, 젊었으나 병이든 어미와 어린 아들의 일상이 펼쳐지고, 큰 방에서는 너무 먹어서 당뇨와 고지혈증, 거기에다가 고혈압까지 앓고 있는 남편과 거식증에 치매까지 걸린 아내, 이런 칠십 대 노부부의 삶이 복선으로 깔린다. 모자는 불가능한 외부의 도움에 체념상태로 들어간 지가 오래 되었고, 노부부는 서로를 결박한 끈에 얽매여 역시 외부의 도움이 차단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 이러한 일상은 당연히 죽음까지 연결되고, 관객도 그것을 예견하지만, 작가는 필연적인 귀결로 묘사해 결말까지 몰아갔고, 과거의 공연에 물든 작가나 관객은 우연으로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반드시 다가올 현실이고 필연적 귀결인데도 사람마다 애써 외면하고, 우발적인 것으로 해석하..

한국희곡 2023.11.06

윌 오스본, 안소니 헤레라 '환상과 착각(Smoke and Mirrors)'

환상과 착각(Smoke and Mirrors)은 윌 오스본과 안소니 헤레라라는 미국의 현역 배우두 사람이 쓰고, 91년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출연까지 했던 작품으로영화감독과 부인, 극작가와 배우, 보안관 등이 나온다.새로 만든 영화사를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내용의 미스테리 코미디다.    이기적인 감독 해밀턴 오르는 다가오는 속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적절히 고립된 미시시피 섬의 별장을 빌려 그곳에 그의 파트너들을 모아쓰레기 같은 돈벌이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유대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 데릭 코번은 10대 소녀들을 좋아하는 거칠고 허영심 많고바보 같은 촌뜨기이며, 작가 클라크 로빈슨은 공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해밀턴의 아내 바바라와 바람을 피웠다. 그래서 이곳에..

외국희곡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