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유서〉는 쓰레기 매립지 위에서 살아가는 주소 없는 사람들 각자의 삶의 모습이다. 여기는 제도권 밖에 존재하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 버려진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의 논리와 결별한,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지녔다. 넝마주이 노인이 달관의 철학을 논하고 쓰레기 산에서 내려온 청년이 엉뚱한 논리를 무기로 기득권에게 새로운 형태의 토지를 요구하며 집 없고 땅 없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매일 같이 여자와 아이를 학대하는 남자 매일 매를 맞아도 묵묵히 텃밭을 일구는 여자 매일 울음을 연습하는 여자아이, 매일 매 맞고 쫓겨나지만 공부를 멈추지 않는 사내아이, 버려진 종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도를 구하는 할멈, 따발총처럼 말을 쏘면서 회한을 달래는 여자, 쓰레기더미 속에 버려졌지만 끈질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