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중학교에 입학한 여학생이 있었다. 엄마는 계시지 않고 아빠는 그 멀다는 중동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학교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헐렁한 셔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아주 짧게 존재했던 전면 교복자율화의 시대. 교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가난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이 가난한 여학생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 것만이 지금은 다른 세상에 계신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 속에 간직되고 있는 이 시대의 고전 에 대한 주관적이고 간략한 소개다. 결코 다작(多作)을 하지 않았던 작가 이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