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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원작만화 '달려라 하니'

1985년, 중학교에 입학한 여학생이 있었다. 엄마는 계시지 않고 아빠는 그 멀다는 중동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학교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헐렁한 셔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아주 짧게 존재했던 전면 교복자율화의 시대. 교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가난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이 가난한 여학생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 것만이 지금은 다른 세상에 계신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 속에 간직되고 있는 이 시대의 고전 에 대한 주관적이고 간략한 소개다. 결코 다작(多作)을 하지 않았던 작가 이진주..

한국희곡 2023.11.23

이건청 '폐항의 밤'

이 은 방파제 끝의 등대불이 켜 있지 않은 폐쇄된 항구에 한 남자가 직장을 구하기 위하여 폐항 주식회사를 찾아와 일자리를 구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은 밧줄을 타고서 유리창을 닦는 일이 직업이기 때문에 잘못 찾아온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사나이는 폐쇄된 이 항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 뿐이라고 말한다. 남자A는 폐항에 살면서 무너진 다리를 고치는 일에 전념한다. 다리가 무너져 통로가 막혀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복구하려는 집념으로 그는 부단히 망치질을 하며 폐항을 벗어나려 한다. 남자B는 고층빌딩의 유리창 닦기를 유일한 극복의 수단으로 택한 남자다. 그는 하나의 로프에 매달려 높은 빌딩의 외벽을 오르내리며 하루 속히 날개가 자라길 기대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여자. ..

한국희곡 202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