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61

유진 오닐 '황제 존스'

미국 연극의 구분을 오닐 등장 전후로 나눈다고 한다. 그 유진 오닐의 여러 작품 중 사실주의 작품에서 표현주의로 넘어가는 첫 자리에 있는 작품이 바로 이 황제 존스이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장부터 마지막까지 캄캄한 밤의 숲속에서 일어나며 존스의 잠재의식적 환상, 환영, 환정으로 현실과 뒤섞인다. 존스의 방황은 밤이 깊어질수록 영혼의 밑바닥에 감춰졌던 과거의 경험 속으로 점점 더 퇴행하는 것이다. 결국 존스는 그 숲을 뱅뱅 돌다가 원주민의 총에 죽는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음향과 조명, 북소리 등은 중요한 도구이자 작가가 내적 상징성을 부여하기위한 수단이기에 잘 표현 되어야 할 구성이다. 이것이 작품의 연기와 조화를 이룰 때 표현주의 작품으로서의 황제 존스는 좋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외국희곡 2023.11.26

이강백 '온갖 잡새가 날아드네'

가난한 노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살고?” 하자, 어디선가 “나랑 먹고살지, 누구랑 먹고살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각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우렁이 하나가 나왔다. 우렁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뒤부터는 매일 들에 갔다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총각이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우렁이 속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서 밥을 지어 놓고는 도로 들어갔다. 총각이 처녀에게 같이 살자고 하자, 처녀는 아직 같이 살 때가 안 되었으니 좀더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총각은 억지로 함께 살았다. 관원의 탈취로 파탄이 생겼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이 설화는 중국 문헌인 『수신후기(搜神後記)』나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실려 있는 ‘백수..

한국희곡 2023.11.26

루이지 피란델로 '고문'

루이지 피란델로 '고문' 루이지 피란델로의 '고문'이란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과 ' 앤리코 4세'로 1934년 노벨상을 수상한 대단한 양반이다. 전후세대를 아우러 가장 많은 후배 극작가들이 그를 멘토로 삼고 존경받는 이태리 출신의 거성이다. 시, 소설을 먼저 했고 26살때인 1892년 처음 쓴 희곡 작품이 바로 '고문'이란 작품인데 원제는 '고삐' (La Morsa)인데 번역자가 작품의 분위기상 바꾼 것 같은데 그럴듯하다. 단막인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중년 실업가 안토니오는 그의 변호사와 출장을 가는데 부인 줄리아와 인사하는 모양새가 이상한 걸 느낀다. 출장기간 중에도 평소와는 다르게 무척 피곤하게 변호사를 압박하는데 변호사인 안드레아는 그런 안토니오가 낌새를 ..

외국희곡 2023.11.25

후안 마요르가 '하멜린'

“1284년 독일의 하멜린에 이상한 남자가 나타났다.약간의 보수를 준다면 이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들을 모두 퇴치해 주겠다는 것이다.이에 하멜린 시민들은 계약했고 이상한 남자가 피리를 꺼내 불자 쥐들이 거리로 모여들었다.피리 부는 사나이는 쥐떼를 몰고 마을에서 벗어나 강물에 빠트려 죽게 했다.쥐의 재난에서 벗어나자 시민들은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한 약속을지키지 않았고 몹시 화가 난 피리 부는 사나이는 하멜린을 떠났다. 얼마 후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다시 하멜린에 나타나 골목길에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쥐가 아니라 네 살 이상의 아이들이 이 남자의 뒤를 따랐으며함께 산으로 갔다가 사라져 버렸다.뒤늦게 부모들이 모두 뛰쳐나와 슬피 울며 아이들을 찾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

외국희곡 2023.11.25

이해성 '빨간 시'

는 일제시대 13세의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노릇을 했던 사실을 평생 숨겨온 할머니와 성 접대 사건으로 재작년에 자살한 어느 여배우를 함께 등장시켜 일본군의 만행과 고위직의 성적 타락을 한 기자의 입장에서 고발한 연극이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조명으로 2층에 서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무대 왼쪽에는 가지만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그 앞에 평상이 놓여있고, 무대 오른쪽에 대청마루 끝부분이 집안과 연결되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연극은 도입에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음이 객석에 감지된다. 잡지사 기자인 손자가 등장하고, 할머니의 치매 증세에 역정을 내지만, 손자에게는 항상 춤추는 모습의 여..

한국희곡 2023.11.24

미즈카미 츠토무 '샤까나이 진혼곡'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던 아버지 야타로(野太郎)가 죽은 날후지코(富士子)는 아버지를 굽는 가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후지코의 가슴에 다양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소아마비가 원인이 되어 다리가 불편한 신체이면서 부지런한 어머니. 아들 둘에 딸 셋을 낳았다. 미인의 누나 우메코. 독서를 좋아하는 둘째 누나 사쿠라를... 그리고 주인공인 후지코. 아들 둘은 전쟁에 징집되어 나가 모두 전사했다.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화장꾼으로의 소임을 다하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이제 언니들이 오면 같이 아버지를 화장할 것이다. 후지코는 과거를 회상한다.   쇼와 20년, 종전이 임박한 어느 눈보라가 치는 밤, 후지코는 아직 초등학교 6학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거운 단란한 한때였다. 그날 밤의 일. 상처를 입은 수상한 ..

외국희곡 2023.11.24

김병종 '지붕 위에 오르기'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이다. 한강 철교 부근에서 천체망원경을 보고 있는 천문가와 이 근처를 배회하는 실업자의 만남과 대화가 주를 이룬다. 이 천문가는 새벽시간에 천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배회하는 그 실업자를 지켜본 것이다. 아마도 천문가는 그가 머잖아 한강철교에서 투신할 것을 예감이라도 하듯이. 불편한 듯한 이 두사람의 대화… 잠시후에 사람을 찾는 한 사내가 등장하여 이들의 대화의 숨통을 티워 주는 역할은 한다. 그것은 그 사내가 자살한 한 남자의 비밀을 간직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겼기에 그가 자살했을 거라는 강박감 때문이다. 그 사내가 가고 천문가와 실업자는 둘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서로 털어 놓는다. 희곡 심사평 이번에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2..

한국희곡 2023.11.24

이진주 원작만화 '달려라 하니'

1985년, 중학교에 입학한 여학생이 있었다. 엄마는 계시지 않고 아빠는 그 멀다는 중동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학교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헐렁한 셔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아주 짧게 존재했던 전면 교복자율화의 시대. 교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가난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이 가난한 여학생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 것만이 지금은 다른 세상에 계신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 속에 간직되고 있는 이 시대의 고전 에 대한 주관적이고 간략한 소개다. 결코 다작(多作)을 하지 않았던 작가 이진주..

한국희곡 2023.11.23

이건청 '폐항의 밤'

이 은 방파제 끝의 등대불이 켜 있지 않은 폐쇄된 항구에 한 남자가 직장을 구하기 위하여 폐항 주식회사를 찾아와 일자리를 구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은 밧줄을 타고서 유리창을 닦는 일이 직업이기 때문에 잘못 찾아온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사나이는 폐쇄된 이 항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 뿐이라고 말한다. 남자A는 폐항에 살면서 무너진 다리를 고치는 일에 전념한다. 다리가 무너져 통로가 막혀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복구하려는 집념으로 그는 부단히 망치질을 하며 폐항을 벗어나려 한다. 남자B는 고층빌딩의 유리창 닦기를 유일한 극복의 수단으로 택한 남자다. 그는 하나의 로프에 매달려 높은 빌딩의 외벽을 오르내리며 하루 속히 날개가 자라길 기대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여자. ..

한국희곡 2023.11.23

정의신 '적도 아래의 맥베스'

2010년 여름 어느 오후, 태국의 논프라덕 역에서는 일본 TV프로그램 외주제작회사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일찍이 「죽음의 철로」 「침목 하나에 사망자 한 명」이라고 불리운, 태국과 버마를 연결한 태면철도의 출발역에서, 포로수용소의 한국인 감시원이었던 김춘길의 증언을 녹화하는 기획이다. 춘길의 비서 요시에는 연출가인 소다의 기획의도가 석연치 않다며 촬영하지 말 것을 제의하지만, 춘길은 동료들의 아픔을 대신 알리기 위해 성심껏 응하기로 한다. 1947년 여름, 김춘길은 전범으로 잡혀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에 수용된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인 전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으로 춘길은 전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가까스로 무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가 다시 잡혀 들어와 교수형을 ..

외국희곡 202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