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무대에 등장해 어렸을 때 얘기를 한다.
그건 맥도날드 햄버거를 처음 먹던 때 일이다.
학교다닐 때, 여행 다닐 때 배고플 때
그렇게 근처에서 싸고 편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어려서 만화영화를 좋아했고,
좀 커선 이태리의 디바 라파엘라 카라의 쇼에 홀딱 빠졌고
20대엔 친구들과 어울려 그들의 생각과 공유도 하고
싸우기도 했고, 국내외의 정치문제에 흥분도 했지만.
신제국주의 운운하면서도 맥도날드의 비판은 없는데...
그가 매장을 청소하고 음악을 틀고 그리고 분장을 한다.
옷을 갈아입는데 그가 맥도날드의 광대다.
모두 로널드 이야기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 게 아니라
충격적인 영상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그리고 분장을 지우며 하는 말은
"왜 연극을 하냐고? 돈 벌려고 하지"
끝없는 탐욕의 신제국주의에 조롱에 찬 경배를!
맥도날드 없는 21세기는 상상하지도 말라!?
언제나 순박하고 명랑하게 웃고 있는 맥도날드의 삐에로 '로널드'.
로널드를 앞세워 전 세계 문화와 주권 그리고 국토마저 집어삼키고
있는 신제국주의에 가차 없는 발길질을 해댄다.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는 2004 프랑스 아비뇽 축제공연작 중 유일하게 재초청된 작품이다. 관객들은 공연장인 셀레스텡 수도원을 나서며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유머와 지속적 효과를 발휘하는 폭력들로 가득한 이 비중 있는 작품에서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자신이 혐오하는 것들을 모두 갈아엎어 버린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한 줄의 문구가 불러일으킨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 공연을 보러 온 당신이라면, 뒤통수를 맞아도 아주 제대로 맞는 하루가 되겠다! 우유, 포도주, 케첩, 요구르트, 파스타... 우리가 늘상 마셔대는 음료수와 음식들로 난장판이 된 무대. 그리고 그 위를 마치 발작하듯 부르르 떨고, 굴러대는 반라의 배우들. 그 뿐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과 노골적인 동성애 장면까지,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는 과연 공연예술이 어디까지 충격적일 수 있는지, 얼마만큼 관객을 도발시킬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성(性)'을 비롯해 사회적 금기들을 주저함 없이 무대 위에 올려 작품마다 찬반 논란을 일으킨 로드리고 가르시아 (Rodrigo Garcia).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는 그가 '충격을 위한 충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저 자극적으만 보이던 장면들이 풍부한 시청각적, 육체적 요소들의 결합과 풍자와 해학을 통해 관객들에게 지금의 소비사회를 직시하게 한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참을 수 없는 폭력이 아닌, 무언가 눈을 뜨게 된 것 같은 느낌으로 공연장을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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