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무거운 주제의 역사극을 소재로 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다. 북벌, 남한산성, 식민지에서 온 아나카스트,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함성 등 이 그러한 부류이다. 긴 제목의 이 작품 역시 우리 근 현대사의 역사극의 분류로 보아도 되나 여타 작품 보다는 다소 가벼운 필체로 작품을 썼기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흥미있게 대할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품은 가족사와 같은 구한말부터 6.25 동란 까지의 격동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조부 때부터 항일 운동, 구국운동의 선봉에 섰던 조상의 뜻을 투철히 이행하는 어느 가족 투쟁사로 봐야 할듯하다. 그런 조부의 뜻으로 부친과 자손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싸우고 또 싸운다. 그리고 해방이 되고 얼마후 다시 6.25 라는 동란속에 뛰어든 부친은 만주시절 동료 였던 북한군에 의해 죽게되는 내용인데...
이러한 역사 꼬집기의 여러 장면과 대사가 곳곳에 들어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주변 열강들의 야욕도 꿰뚫고 있고 그러한 시련 속에서도 버틴 우리 민족의 끈기가 보이기도 하는데...
자식이 현실에 안주하려하자 그만 목매어 자결하는 조모(영주 모)의 의지는 또 다른 충격을 준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기선이란 해설(영주의 장녀)이 자기의 가족사를 설명하듯 부담없이 관객을 대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1인 다역의 코러스 역할 때문이다. 농민에서 독립군, 일본군, 중국군.. 그리고 다양한 역을 스피디하게 전개시키므로 고정역인 가족들을 빼고는 적절히 배분된 코러스들의 역할이 또한 중요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가족들의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이들은 자신의 사진틀을 스스로 들고 초상화가 되어 죽는 설정도 작가의 의도라 하겠다. 옛날얘기 같은 부담없는 분위기로 작품을 대하라는 그런 의도다. 그런 우리의 불행했던 역사와 선인들의 희생, 그리고 현실들을 오늘의 시점에서 되새겨 볼 그런 작품이다.
작가의 팁
무대는 비어 있다. 다만 필요에 따라서 움직이는 평상이 있다. 평상은 경사진 것이며, 긴 걸상을 적당히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전시용으로도 쓰이지만 방으로도 쓰인다. 이 연극은 필요할 때 일 수는 있지만(한번쯤) 쉬지 않아도 좋다. 무대진행은 코러스가 모두 해주어서 진행의 갭이 있을 필요가 없다. 이 연극은 또한 관객에게 꾸며 보이는 식의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배우는 극중 현실에서 살아줌으로써 족하다. 관객은 그저 드라마로서 보다는 한 옛날 얘기로서 듣고 볼 뿐이다. 따라서 극 현실은 과거의 얘기지만 발표하는 무대의 현실은 바로 현재이며, 배우에게나 관객에게 과거와 현실이 부담 없이 공존한다. 이 연극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은 대신 여러 가지 시대 고증에 의한 의상이 긴요하다. 특히 군복과 관복 등이 세심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계급장 등 휘장도 마찬 가지다. 소품도 작품에 일일이 지적되지 않았어도 리얼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연출자와 극단의 자세한 전후관계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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