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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파이 이야기'

clint 2024. 9. 5. 12:42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작가가 신과 기적을 찾던 중 한 노인의 소개로 
캐나다의 한 인도인을 만나서부터 시작한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둘째인 인도소년 피신 물라토 파텔은 
어려서부터 신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힌두교만이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의례의식에 참여한다. 파이라는 별명은 프랑스식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오줌 싸는 피싱이라는 별명에 질려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 옆에 「π = 3.14」라고 적어 자기 스스로 별명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어느날, 점점 줄어가는 국가의 지원 때문에 동물원 사업을 정리하고 
가족 모두가 캐나다로 이민가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던 중 
기관 고장으로 배가 침몰하게 되고 파이는 일가족을 모두 잃게 된다.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던 건 파이 그리고 다리 다친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 호랑이뿐이었다. 
하이에나에 의해 얼룩말과 오랑우탄은 잡아먹히고 파이마저 위기에 처한 
순간 사라졌다고 생각한 리처드 파커가 갑자기 하이에나를 잡아먹는다. 
그 후 파이는 맨 처음에는 리처드 파커를 죽이려 하지만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호랑이를 조련하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먹거리보다 중요한 물을 가지고 있기에 구명보트에 
있는 물과 해수를 증류시켜 식용수 만드는 장치로 물을 만들어
리처드 파커에게 주고, 호각을 불며 조련시킨다.
서로 구역을 지키며 공생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표류 200일이 넘어간다, 험한 폭풍우를 만나 빈사 직전에 
한 조그만 섬에 닿는다. 그 섬은 미어캣들이 천지인 기묘한 섬으로, 
맛좋은 해초가 지천에 깔린데다 담수호까지 있어 살기 좋은 섬이나, 
밤이 되면 호수가 산성화돼서 모든 게 녹아버리고, 이윽고 섬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섬이었다. 이 섬에서 빠져나와 한참 더 표류하다가 
파이는 마침내 멕시코의 해변에 닿게되고, 

리처드 파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림으로 떠난다. 

그 후 파이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구출된 파이에게 일본 영사관 직원 두 명이 병원으로 찾아온다.
선박의 침몰 원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파이는 그간 겪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하지만 일본 영사관 직원들은 
망망대해에서 호랑이랑 단둘이 살아남았다니 말도 안된다며 믿지 않는다.
그래서 파이는 두 번째 버전으로 얘기를 한다.
파이의 227일간 이어진 태평양 표류기이다.

 

얀 마텔



캐나다의 소설가 얀 마텔의 2001년 작 소설로 2002년 맨 부커상 수상한다. 
3부로 구성된 이 작품 1부는 동물원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차남 피신 물라토 파텔이라는 소년의 삶과 개성있는 가치관을 보여주는 일상물이라고 할 수 있다. 2부는 바로 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침몰하고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타 표류하는 내용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자연의 매서움, 야생의 잔인함을 여실 없이 보여주며 후반부에는 실명한 상태에서 만난 또 다른 실명한 표류자를 만나게 된다든가 해초로 이루어진 미어캣들이 가득한 섬들을 보면 갑자기 미스터리 판타지 같은 느낌도 준다. 그러다가 해류에 떠밀려 멕시코에 도착한다.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서 표류자들이 잡아먹은 선원의 이름이고, 실제로 1884년 표류중에 굶주림으로 벌어진 인육취식 사건(R v Dudley and Stephens)의 피해자 이름이다. 이 사건은 후일 소설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대로 일어난 것과 함께 극한 상황에서의 도덕성 문제로 꽤 유명해진 사건이다. 아마도 작가의 이 이름에서 이야기에 대한 암시가 있는 듯하다. 

 



『파이 이야기』는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듬뿍 담은 동시에, 궁극적인 신념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맨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세계적인 소설가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책에 대해 “『로빈슨 크루소』『걸리버 여행기』『백경』을 잇는 최고의 모험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미국 아마존에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험, 생존 그리고 신념에 관한 소설”이라는 평이 올랐다. 낯선 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겨우 살아남았나 했더니 언제 자기를 잡아먹을지 모를 벵골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도 소년 파이. 절망의 순간에 이르러 희망을 찾은 이 소년의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오래도록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012년 이안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국내에는 영어 원제를 따라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바다 위 극한의 생존 상황을 환상적인 영상미로 그려내며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동시 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