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한 층에 5개의 방이 있는 집에 세를 들게 된다.
그녀는 ‘1번방 여자’가 된다. 얼마가지 않아 그녀는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서로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같이 사는 여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다. 이름을 모르기에 주인공은 소설 내내
이들을 몇 번 방의 여자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나며 그녀는 점차 같이 사는
여자들을 알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여자들의 습관이나 물건들을 통해
추측한 것이기에, 알아간다는 것보다는 추정해간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주인공의 추정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추정은 여자들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으로 굳어지게 된다. 각 방의 여자들은 주인공에 의해 점점
구체화된 모습을 띠게 된다.
그러던 순간 사건은 일어난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주인공의 속옷 몇 개가
사라진 것. 그리고 얼마 뒤 신발도 도난당한다. 그녀는 같이 사는 여자들 중
도둑이 있는 건 아닐지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며칠 뒤 사라졌던 신발이 ‘자신의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부의 소행이라 확신한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 모두 나간 사이에
각 방을 몰래 확인해보기로 한다. 열쇠가게에 연락해 5번방 문을 딴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만다. 생리중에 흘린 피가 까맣게 말라 있는 아이보리색 요 한 채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놀란 주인공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방 열쇠로 나머지 방들을 열어본다.
너무 자연스럽게 방들이 열리고 그 방들도 자신의 방과 완전히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녀는 방 안에서 공포감에 떨면서 끝난다.
한 집에 대학생 또래의 여자들 5명이 산다.
다섯 명이 모두 일을 하는데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출퇴근시간도 모두 다르다.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도 다르고, 옷차림도, 얼굴 생김새도,
먹는 음식도, 직업도 다양한 여자들이다.
그들이 내는 생각과 말소리, 웃음, 이웃과의 웃지 못 할 해프닝,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번거롭게 벌어지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빨래 줄에서 없어진 팬티 사건에서부터 방 키를 주문하여 네 방문을 열고
도둑처럼 검사하는 한 명. 모두 같은 방의 구조와 어수선한 방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모저모를 적나라하게 늘어놓는 것이
<노크하지 않는 집>이다. 한층에서 각자 살아가지만
대화가 없기에 상호 방문도 없고 그래서 노크하지 않는 집이란 제목이다.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소설부문 수상작이다.
이항나 각본, 연출로 극단 떼아뜨르 노에서 공연했고,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국내초청작으로 공연도 했다.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연에선 출근에서 퇴근으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일상이 관객들의 훔쳐보기식 관람이 가능한 전시와 퍼포먼스. 그리고 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드라마로 펼쳐진다.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PART1,2와 PART3의 조합은 하나의 이야기를 체험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감성적인 공연 관람과 이성적인 접근, 사색이 중심인 전시적인 체험을 모두 가능하게 하여 '감성적 사색의 경험'을 이끄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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