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프란츠 카프카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

clint 2024. 9. 7. 10:35

 

 

1917년에 발표된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소설이다.
 ‘빨간 페터’란 이름을 가진 원숭이가 고매한 학술원 회원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숭이는 아프리카 해변에서 인간 원정대의 총에 맞고 상자에 갇혀 
배를 타고 유럽에 오게 된다. 배 안에서 자유를 찾아 도피할 것인지 
다른 출구를 찾을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후자로 결정하고 
인간사회에 적극적으로 동화되고자 노력을 경주한다. 
침 뱉기, 술 마시기, 언어 습득, 무대 기예 등을 통하여 
인간을 흉내 내게 되고, 서커스의 성공한 원숭이가 되지만 
무대 뒤에서는 원숭이로서의 본능과 허무를 느낀다. 

 



이 작품은 외적으로는 낯선 인간사회에 적응한 원숭이의 발전사이자 
진화론, 성공담을 그리지만, 
내적으로는 타고난 본성을 버림으로써 이로 인해 느끼는 
소외와 고독을 기술한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비유담으로도 읽히고 
유대인의 세속화에 대한 역사 비유담으로도 읽힌다. 
한국에서는 추송웅 주연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각색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아카데미(학술원)의 고매하신 신사 여러분! 저에게 원숭이 시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하셨습니다”로 시작한다. 아프리카에 살던 원숭이(피터)가 사냥꾼에게 잡혀 유럽으로 이송되던 중 온갖 노력해 사람으로 변신한 이야기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 대신 출구라는 단어를 쓴다. 피터는 철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을 꼼꼼히 관찰했다. 언어와 춤, 노래와 연기까지 배웠다. ‘변신’에서 인간이 동물로 퇴화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공통점은 출구를 향한 몸부림이다. 그 설정은 유럽에서 차별받는 유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 사회·경제적으로 무능한 존재가 돼 가족들에게 외면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합쳐진 것이었다. 

올해는 카프카(1883~1924)가 타계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숨은 작가로 산 그는 부조리한 삶에 대한 통찰을 글로 남겼다. 불쾌하고 무서우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라고 한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맞닥뜨린 적대적 환경과 아버지에게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을 고백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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