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주인공은 두 사람으로 젊은 장교와 그의 형이다. 총 2장으로
구성되며, 1장은 동생의 시각으로 그리고 2장은 형의 시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소설은 두 주인공이 같은 일을 겪고 있음을 보이며, 이와 비슷한 문제는
소설 속 어느 남자라도 겪고 있음을 나타냈다.
주인공들은 소설 속 여러 남자들의 심리를 상징하는 존재와 마찬가지였다.
동생인 젊은 장교는 어느 날 기분 좋은 몸짓을 하고서 보드카 양조상의
뜰로 말을 타고 들어선다. 그리고는 그 집 하인에게 자신의 명함 하나를 내밀며
안내를 부탁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교는 자신감에 넘쳤다.
하지만 하인이 ‘주인님이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자 초조해하기
시작하면서 애원조로 요구를 한다.
잠시 후 장교는 허락을 받고 집안으로 들어가 온실 같은 공간에 들어서고
집 주인인 젊은 여자의 음성을 듣는다.
장교는 여자를 보고는 빚진 돈을 받으러왔다고 말한다.
여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두 달 간 여기저기서 달라는 돈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며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기한을 미뤄주길 바라지만
남자는 곧 결혼을 해야 할 몸이기 때문에 지참금이 급해 거절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여인을 만나다
얼른 돈을 받아야 하는 장교와 달리 여자는 계속 여유롭게 대화를 이끌면서
왜 돈이 필요하고, 그 결혼이 꼭 필요한지 등 궁금한 점을 물었다.
장교는 여자와의 대화를 즐거워했다. 여자는 왜 꼭 5천 루블을 지참금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고, 남자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화는 계속됐다.
그러던 여자는 ‘남자들과 사는 여자들이 얼마나 호박씨를 까고 돈 문제로
남편한테 바가지를 긁는가.’를 설명하기 시작하며 점점 남자를 자신의 말에
동의하게끔 이끈다.
주인공 여성을 상징하는 자스민 냄새. 침실에 들어와 처음 맡은 뒤 남자는
왠지 자신이 여자에게 정신적으로 조금씩 홀리고 있음을 느꼈던 것일까.
잠시 후 여자는 날씬한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응접실에 나타났다.
이후 궤짝 하나를 열어 그 안의 손가방을 가리키면 자신 전 재산의 4분의 1이
있다고 말하며 남자를 안달 나게 한다. 남자는 여자의 손에 든 열쇠 뭉치를 보며
매력 있는 여자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돈벌이와 관련한 자신의 유대 조상들의 습성을 질타하면서 자신은 다르다는
식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대인임을 강조하는 억양을 보인다.
장교는 다시 한 번 여자를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프랑스와 러시아인의 세계적 위치 그리고 다른 언어권 사람들의
언어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적 의견을 피력하며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는데, 남자로서는 그토록 깊은 의견을 지닌 여성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던 터라 여자의 말솜씨를 감탄하면서,
여자의 이상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여자의 표정이 변한다.
여자는 수표를 움켜쥐어 감추려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놀란 장교는 수표를 빼앗으려 여자의 손을 따라 몸을 더듬었다.
얼굴을 맞대거나 입술이 스치기도 했다. 결투 끝에 흥분한 중위는
수산나의 웃음 띤 염치없는 얼굴, 나불거리는 입술, 할딱이는 가슴팍을 바라보며
엉뚱한 마음을 먹었다. 수표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은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2부로 넘어간다. 장교는 다음날 아침 집으로 돌아와 형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며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한다. 형은 약혼 상태인 동생의 추태를 비꼰 뒤 자신이 직접 돈을 찾아오겠다고 호언하며 나간다. 그런데 형 역시 다음날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들은 자신이 각각 약혼녀와 아내를 두고 그런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 그냥 돈 찾기를 포기해버린다. 이상하게도 형제는 자신들이 무언가 가슴 뛰는 비밀을 간직했다고 여기며 흥분하곤 했다. 이후 무사태평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장교인 동생은 삶이 적적하고 따분해졌다. 동생은 자신의 옷에서 아직도 자스민 향기가 난다면서 그 여자에게 가보고 싶다고 형에게 말한다. 이에 형은 결혼 지참금을 주면서 이제는 얼른 약혼녀에게 가라고 한다. 동생은 형에게 감사해하며 집을 떠난다. 일주일이 지나고 형 역시 무료한 나날 속에서 괜히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날이 잦아졌다. 형은 문뜩 자스민 여자를 생각하고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런데 여자의 집은 이미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우습게도 그곳에는 고장 명사인 관리와 지주들이 이미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홀에도 평소 형이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마지못해 형과 아는 체를 했다. 처자가 있고, 쓴맛 단맛 다 본 사회 명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형은 마침내 자스민 여자를 만났고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된다. 여자는 형을 반기며 서재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한다. 그에 따라 서재로 간 형은 그곳에서 떠난 줄 알았던 동생을 만나게 된다.
소설은 희극처럼 마무리 된다. 남자들의 우스운 실상을 고발하면서 여자의 정조 없는 행위를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훨씬 깊은 차원의 의미가 내재돼 있었다. 인간 본심의 가장 깊은 곳에 내재한 자극과 본능을 자스민 여자가 살랑살랑 건드리며 청소한 것에 남자들이 자극을 받은 모습을 말이다. 함정은 여자가 판 것이 아닌 본래부터 남자들 안에 있었던 것이다. 순종적이지 않고 대신에 똑똑하고 짜릿함을 주는 여성을 처음 맛본 남자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귀여운 여’에 대한 환상을 지우면서 이 새로운 여성에 대해 즐거움을 느꼈다. 이러한 함정은 결국 사회가 요구한 사람들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니까 ‘함정’이란 기존의 삶과 인식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난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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