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고송 '결실'

clint 2023. 5. 13. 21:38

 

무대는 가난한 농촌, 농민의 집을 표현하고 있다.
차호의 약혼자 귀자는 한 회사의 ‘타이피스트’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일을 그만 두고 한 번씩 서울로 올라가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귀자의 모습이 못마땅한 차호는 “몸치장하는 돌아다니는 계집애를 잡어다 미국 병정에게 팔아먹을”이라는 과격한 농담을 내던진 것이다. 미군 문화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음을 비꼬고 있다. 그래서 차호는 귀자를 향해 “타이피스트 같은 걸 배호지 말고 여직공이나”되는 것이 더 낫다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극 중반부에 이르면 관호와 동생 차호는 농민조합 결성을 두고 대립된 생각이 부딪치고 만다. 관호는 동생 차호가 농민조합을 만들기 위해 마을 청년들과 모여 드는 것이 몹시 못마땅해 한다. 게다가 차호는 이미 계급의식을 각성할 수 있었던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라 잃은시기 강제 징용을 다녀온 인물로 설정한 것이다. 동생 차호 역시 지주인 대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형 관호를 못마땅해 한다. 동생 차호는 광복이 와도 가난하고 궁핍한 농촌의 현실이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관호와 같은 봉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의 각성은 곧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어머니 차씨는 ‘농민조합’을 둘러싸고 갈등 대립하는 장남 관호와 차남 차호의 언쟁을 듣다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다. 그녀는 형제간의 다툼을 보고 아들들에 대한 꾸중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야만 했던 농민들의 실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장남 관호에게는 동생 차호가 다 같이 잘 살아보겠다고 결성하는 ‘농민조합’을 도와주고  “불의에 대한 재물에 대해서 탐하지”마라고 당부한다. 극의 중후반 농민조합의 결성을 두고 갈등 대립을 벌여온 ‘관호와 차호’가 어머니의 중재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지주인 대감은 농민들의 위세에 몰려 당황하며 퇴장하게 된다. 이때, 작가는 서울로 행차하러 가는 귀자를 끌고 오빠 경종이 무대 위에 등장시켜 

귀자와 차호의 결혼을 재촉하게 된다. 그들의 결혼준비는 격식을 차리는 관혼상제는 아니지만 공통체적 삶을 살아가는 농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단원의 결혼 발표 장면은 새로운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가 온 것을 알리는 극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신고송의 희곡 「결실」에 나타난 특성 보면 첫째, 민중의 단결을 강조하며 작가의 사상성을 전달하고 있다. 광복 정국의 농촌사회 현실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공동체의식의 성장을 계몽하고 있다. 나라잃은시기와 마찬가지로 미군정 아래에서는 조선의 완전한 자주 독립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작가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또한 정치적 사상성을 광복 현실 속의 농민 실정을 깨달은 각성된 인물을 통해 농민의 실상을 전달하면서 농민조합의 정당성을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또, 공연대중들의 보편적 정서를 읽어내는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결실」에서 대단원에는 희극의 결말 구조에 드러나는 결혼식 장면을 넣어 농민들의 단결되고 응집된 힘을 보여주며 새로운 농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알리고 있다. 게다가 대중들에게 농민들의 단결된 힘 때문에 부로주아 봉건지주 대감의 계략이 무너지고,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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