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홍콩 반정부시위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1980년 광주에 다큐멘터리 촬영 차 왔던 홍콩의 기자가 한 여관에 투숙하며 생생한 현장을 촬영했고 그 여관집 주인아줌마와의 인연으로 현재까지 연락을 해왔던 것이고 얼마전 그 주인아줌마가 운명하셔서 마침 한국에 왔다가 상가에 들러 그분의 자제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1980년의 기록된 영상을 그간 주인아줌마가 허락을 안해서 공개를 못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공개해도 좋다는 허락을 해 주셨단다. 주인아줌마가 쫒기는 학생들을 구해줬고 나중엔 큰아들(당시 고등학생)도 뛰어들어 중상을 입고, 결국 자살했다는 사실도 홍콩기자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홍콩이 마치 예전의 광주 같이 중국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억압 받는 상황이고, 홍콩 기자의 아들이 시위로 잡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가의 글 - 이시원
내가 20대를 보낸 1990년대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화된 시기다.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배낭여행을 가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패키지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까지는 젊은이들의 순수 목적 여행 여권은 아예 발급되지도 않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같지만, 나의 십대 시절 얘기다. 어쨌거나 나는 배낭여행이 붐이었던 90년대, 남들처럼 여권에 외국의 입국 스탬프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고 눈에 불을 켜고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에 바빴다. 그 덕분에 홍콩은 몇 번이나 들른 적이 있다. 들른다는 표현을 쓴 것은 홍콩이 목적지였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호주를 여행하거나 유럽이나 미국에 가려면 홍콩에서 스톱오버를 하고 1박2일 여행을 하거나, 공항을 나와 시내를 한나절 둘러보고 최종목적지를 향해 환승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시끄럽고 복잡한 그곳이 생기 넘치고 활력 있는 곳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홍콩은 나에게 여행이나 자유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고, 어딘가 권위적인 분위기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어 특별행정구역으로 편입된 건 1997년이다. 그 즈음 호주에서 만났던 홍콩의 젊은 부부는 홍콩은 홍콩일 뿐, 우리는 자유롭게 살 거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이 50년 동안 보장하기로 한 일국양제를 염두에 둔 말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뒤 2019년, 홍콩에서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대규모시위가 일어났다. 나에게 자유의 상징이었던 그곳에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니. 홍콩시위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호주에서 만났던 젊은 부부가 떠올랐다. 그들도 저 시위에 참여했을까? 그 부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으니 50대 중반을 훌쩍 넘겼을 테고, 어쩌면 그들의 자녀가 우산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을지도 모르겠다. 2014년에 있었던 우산 혁명보다 2019년의 송환법 반대시위가 나에게 새롭게 각인된 것은 2015년에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긴 후로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 아이가 살아갈 곳이라고 생각하니 무엇이 더 나은 사회이고 어떻게 그런 곳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우연찮게 홍콩 시위를 배경으로 하는 희곡을 두 개나 쓰게 되었다. 「웰컴 투 월드하우스」가 첫 번째 작품이고, 지난해 공연했던 「굿모닝 홍콩」이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홍콩영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담게 되었다. 마지막 비디오 세대인 나로서는 영화를 빼놓고는 홍콩을 말할 수 없기 때문 이다. 지금의 홍콩을 보고 있으면 홍콩영화 속에서 보고 느꼈던 자유로움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하물며 오늘을 살아가는 홍콩인에게 자유는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일 것이다. 홍콩이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을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는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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