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보윤 '독'

clint 2023. 5. 6. 08:50


무대는 주인공 혜영의 집. 

현대미술 작가로 작품전시회로 바쁜 혜영과 같은 대학 선배로 결혼한 정호와의 

풍족하고 행복한, 누구나 부러워할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정호와 혜영 부부. 

뜻하지 않은 임신 소식에 경황이 없는 그들의 집에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후배(서현)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완벽했던 부부의 일상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혜영의 대학원 후배이자 같이 미국 유학을 했던 서현의 등장, 임신, 남편과의 관계... 
혜영의 변화하는 감정은 어떻게 될까?

또 혜영과 서현은 과거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작가의 글 - 최보윤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떤 현상은 목격자에 따라 여러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 우리의 세계는 여러 겹의 진실로 다채롭습니다. 달의 뒷면을 모른 채 달을 사랑한다 말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듯, 어떤 현상에 대한 개인 감정이 지극히 진실이라면, 하나로 언어로 현상을 정의 내리려는 시도는 '간극' 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간극이란 나와 당신, ''의 언어와 ''의 언어로 파생된 깊은 절망입니다. 그러한 절망을 알고도 우리는 발화합니다. 아마도 '이해'를 원하기 때문이며, 이해하고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이란 곧 '사랑'에 대한 의지라고 믿습니다. 사람과 삶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와 화해하고 생을 사랑하기 위해, 저는 씁니다. ''은 저마다의 진실을 가진 인물들을 발화 시키고 대면 시킵니다. '너의 진실' '나의 진실'이 부딪혀 서로의 지옥이 됩니다. 극중 '혜영', '서현', '정호'는 각각 '우리 자신처럼 무고합니다. 그들이 사는 무대에서 명백한 증거는 내밀어지지 않으니, 관객들은 오로지 제3, '목격자'로서 세 인물의 말과 행동만 보고, 자신의 오감으로만 진실의 행방을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보고, '내가무엇을 이해하고, '내가무엇을 느끼는지에 따라, 곧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한 겹의 진실이 파생될 것입니다. ''은 하나의 이야기와 하나의 진실을 보게 되리라는 관객의 기대를 배반할 겁니다. ''은 무대 위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일으켜, 우리가 만드는 현상이 어떻게 여러 겹의 얼굴로 파생되는지 함께 목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깊은 간극을. 중요한 것은, 객석에 앉은 당신이 왜 그렇게 느끼는가' 입니다. '당신'과 옆자리의 또 다른 당신'이 같은 것을 보았지만 전혀 다른 것을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극장을 나온 우리들이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발화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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