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정명섭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clint 2023. 3. 21. 19:09

 

 

한때 한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외지부였다가 몰락해 선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주찬학에게

어느 날 전라도의 외딴섬 하의도 주민 윤민수와 두 사내가 찾아온다. 

백 년 전 정명공주와 혼인한 풍천 홍씨 집안의 토지수탈과 억압이 극에 달해 왕실을 제소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  이에 주찬학은 왕실과 겨룬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주찬학은 내심 이번 소송을 기회로 재기에 성공해 

한양 최고의 외지부라는 왕년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욕망도 슬그머니 꿈틀거리지만

섣불리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랏법을 모른다고 무시하고 소지(소장)를 접수조차 해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며

이대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 위기에 처한 하의도 주민들을 본 주찬학은 결국 마음을 바꿔

소송대리인이 되기로 한다. 

홍씨 집안에서 뎨김(피고의 출두를 명하는 문서)을 무시하자

주찬학은 바깥에 거주하는 노비를 시켜 뎨김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소송이 시작되자 풍천 홍씨 집안에서는 온갖 훼방을 놓는다. 

하지만 찬학은 번번이 그들의 방해를 뿌리치고 재판을 진행한다. 

홍씨 집안의 수장인 대제학 홍유한은 야심차고 똑똑하지만 서자인 홍신찬에게 재판을 맡긴다. 

 

소송의 요지는 이렇다. 백 년 전 홍씨 집안이 정명공주와 혼인하면서 하사받은 하의도 땅이 이십 결인지 아니면 섬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또 하의도 주민들이 수탈을 피해 스스로 개간한 토지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거두는 일이 정당한지에 대해 겨뤄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 땅의 소유권이 4대째로 끝나는 무토사패지인지 아니면 영구히 지속되는 유토사패지인지도 논의의 대상이다. 문제는 이미 백 년 전의 일이라서 당시 일을 기억하는 생존자가 없고, 관련 서류들은 7년 전 올라왔던 주민들이 그것을 소지한 채 귀양을 가면서 분실되고 말았다. 주찬학은 하의도 주민들이 스스로 개간한 토지는 왕이 하사한 땅이 아니므로 세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서 홍신찬은 백 년 전 저술된 <속대전>의 규정을 언급하면서 옛일을 지금의 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개간지 역시 왕이 직접 하사한 땅의 일부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송사를 맡은 한성부는 상급기관인 사헌부로 판결을 넘기는데……

 왕실 가문의 절대권력에 맞서기로 한 주찬학과 하의도 주민들은 과연 이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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