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근대화 시기를 거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기다리는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혹자는 이 소설이 또한 21세기에 들어가려는 문명화된 사회에 대한 풍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 표현된 사회 구조는 크게 두 계층으로 나뉘는데, ‘사교 클럽’으로 대변되는 상류층과 ‘상업 클럽’으로 대변되는 중류층이 그것이다. 각 계층을 대표하는 세 주요 인물은 식민 이후에도 무력증에서 헤어 나올 줄 모르는 도시의 모습을 대변한다. 또한 후베날 우르비노와 페르미나 다사의 결혼 생활은 사회적 제도로서 결혼의 문제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기운을 북돋는 에로티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자유로운 남녀관계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성 억압에 바탕을 둔 유대-기독교의 관점과 반대되는 것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육체의 본능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디오니소스적 원칙을 찬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큰 틀에서 볼 때 사랑이 세월의 흐름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 받는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멜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또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제목이 보여 주는 사랑과 늙음과 질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자살이나 노화 공포증, 부정, 근대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도 탐구한다.

식민 시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기 위해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린 플로렌티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난한 청년 플로렌티노는 부유한 상인의 딸이자 13세 소녀인 페르미나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는 고심 끝에 영원한 사랑의 맹세가 담긴 편지를 페르미나에게 건네고, 두 사람은 2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는다. 이를 안 페르미나의 아버지가 딸을 강제로 여행 보내지만, 두 사람은 전신으로 연락하며 결혼을 약속한다. 마침내 페르미나는 여행에서 돌아오지만, 플로렌티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별을 고한다. 그녀는 우르미노 박사와 결혼하고, 플로렌티노는 수많은 관계를 통해 페르미나를 잊으려 한다. 세월이 흘러 우르비노 박사의 장례식 날 저녁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에게 다시 영원한 사랑과 충성을 맹세하고 후회하다가 페르미나가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 희망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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