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F. 스콧 피츠제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clint 2022. 12. 13. 05:40

 

70대 노인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그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우환거리로 인생의 첫 발을 디딘다. 사교계의 저명인사인 부모는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에 위협이 될 수치스러운 자식을 어떻게든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성성한 백발을 갈색으로 염색하고, 과장되게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고, 기력 없는 아들의 손에 억지로 딸랑이를 쥐어준다. 천성이 선한 벤자민은 어떻게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려 애쓴다. 재미없는 공놀이를 좋아하는 척하고, 가끔은 그릇을 엎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아이 다운' 행동을 보여주며 어른들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그가 타고난 저주는 단순히 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세월이 보통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유치원에서 쫓겨난 5살에는 굽었던 허리가 조금 펴지고, 대학교 입학식에서 망신을 당한 18살에는 백발 밑에 갈색 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노년보다 중년의 인상에 가까워진 20대 무렵에는 성숙한 남성을 좋아하는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그때뿐, 새로 만든 가족들 역시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을 감당하지 못한다. 중년이 된 아내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이처럼 꾸미고 다니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춘기 아들 역시 지나치게 어린 외모의 아버지를 부끄러워한다. 몸에는 활력이 넘치고 마음은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진짜 나이를 공개한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벤자민은 좋아하는 공부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나이를 서른 살쯤 속인다. 그는 청년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유아로 계속 어려진다. 몇 년 후 가족들은 너무 작고 아둔해진 그를 보모의 손에 맡기기로 결정하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젖병을 빨고 '코끼리' '구름' 같은 단어들을 배우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느 날 토실토실 발그레한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영화로 나와 더 잘 알려졌지만 영화와 이 중편소설과는 큰 줄기 외엔 디테일이  크게 다르다.

 

작가의 글

이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발언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요지인즉슨, 슬프게도 인생은 최고의 대목이 제일 처음 오고 최악의 대목이 맨 끝에 온다는 것이었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세계에서 단 한 사람에게만 이를 실험을 해본 셈이니, 이것으로 마크 트웨인의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심판했다 하기는 어렵겠다. 소설을 탈고하고 나서 몇 주 후, 나는 새뮤얼 버틀러의 잡기장에서 이 소설과 거의 흡사한 플롯을 발견했다이 소설은 작년 여름 콜리어스 지에 게재되었는데, 신시내티주의 한 팬이 익명으로 놀라운 편지를 보내와 나를 도발한 적이 있다.

 “선생님, <콜리어스지에 실린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단편소설 작가치고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미친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평생 허풍치고 뻥치는 소리를 꽤나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까지 본 뻥쟁이 중에서도 선생님이 최곱니다. 선생님한테 편지지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