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영주 '교련 시간'

clint 2017. 6. 21. 12:53

 

 

 

 

성별을 알 수 없는 '소년소녀'들이 등장하는 이영주씨의 '교련 시간'은 기형(畸形)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성인이 되고자 하는 그들의 결단을 그리고 있다. 이영주의 교련 시간의 등장인물에는 이름이 없다. 살이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무생물에 머물러 있는 이 존재들은, 어쩌면 교실 속에 갇혀 지내는 우리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 어른이 되고 성별을 갖게 되는 것이 진화인지 퇴화인지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침묵을 깨려는 몸짓을 할수록 독백으로 바뀌는 자신의 말 때문에 절망하는 주인공은 결국 꽉 막힌 교실을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얻는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기형조차 될 수 없어. 너희들은 창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단 한 번도 안쪽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까."

 

 

 

 

 

이영주 작가는 "최근 출간한 시집 <언니에게>에 수록된 시들을 희곡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봤다""희곡은 무대 설정, 배우의 움직임 등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런 시공간의 제한이 오히려 새로운 환상을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저자 이영주는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가 있다. 현재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에서 문학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