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을 알 수 없는 '소년소녀'들이 등장하는 이영주씨의 '교련 시간'은 기형(畸形)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성인이 되고자 하는 그들의 결단을 그리고 있다. 이영주의 〈교련 시간〉의 등장인물에는 이름이 없다. 살이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무생물에 머물러 있는 이 존재들은, 어쩌면 교실 속에 갇혀 지내는 우리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 어른이 되고 성별을 갖게 되는 것이 진화인지 퇴화인지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침묵을 깨려는 몸짓을 할수록 독백으로 바뀌는 자신의 말 때문에 절망하는 주인공은 결국 꽉 막힌 교실을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얻는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기형조차 될 수 없어. 너희들은 창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단 한 번도 안쪽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까."
이영주 작가는 "최근 출간한 시집 <언니에게>에 수록된 시들을 희곡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봤다"며 "희곡은 무대 설정, 배우의 움직임 등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런 시공간의 제한이 오히려 새로운 환상을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저자 이영주는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가 있다. 현재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에서 문학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지훈 단막 '오열토끼방봉클럽쇼' (1) | 2017.06.22 |
---|---|
김재엽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1) | 2017.06.22 |
김근 '모퉁이, 당신' (1) | 2017.06.21 |
선욱현 '중독자들' (1) | 2017.06.18 |
하일호 '내 아이에게' (1) | 2017.06.18 |